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 /사진=성일하이텍
“2030년 전기차 100만대 분량의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사진·54)는 2025년 본격적으로 커질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치밀한 투자 계획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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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서 코발트·니켈 96% 회수━
군산공장 전경. /사진=성일하이텍
성일하이텍은 전기차는 물론 휴대폰·노트북·ESS(에너지저장장치)·전동공구 등 전자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리사이클 전문기업이다. 2000년 3월 법인 설립 후 주력 분야는 금(Au)·은(Ag) 같은 귀금속 재활용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매입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보며 이 대표는 다른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전자 소재를 제작하는 회사에 몸담았던 이 대표는 거꾸로 소재를 해체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2008년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설립하고 폐배터리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배터리 파우더 형태로 판매했다”며 “2011년 파일럿으로 군산 1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폐배터리 내 유가금속을 습식으로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크게 해체-열처리-파·분쇄-침출-용매추출 과정을 거친다. 성일하이텍은 습식제련을 거친 폐배터리에서 황산코발트·황산니켈·황산망간·탄산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추출해 양극재 소재업체에 공급한다. 코발트와 니켈 기준 회수율은 96%다. 리튬은 82% 회수된다.
사업 초기 주 수익원은 휴대폰 폐배터리였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커지며 성일하이텍은 말레이시아·미국·헝가리·인도·폴란드 등 해외 법인에서 원료를 수급한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불량 배터리를 받고 해외에서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수거해 리사이클하고 있다”며 “생산 가능량이 꽉 차 있어 물량을 더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만5000톤 규모의 스크랩을 처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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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채굴 대신 재활용… 이산화탄소 70% 절감 ━
군산공장 침출동. /사진=성일하이텍
이 시장에는 성일하이텍과 ▲유럽(EU) 유미코아 ▲중국 GM·화유·비럼프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일본 스미토모와 독일 바스프, 국내 GS건설·IS동서·고려아연·포스코·영풍 등도 폐배터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경쟁력은 폐배터리에 들어있는 6대 유가금속과 음극재 소재를 모두 회수하는 기술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2011년 고상의 황화물만 판매하다 2016년 리튬화합물, 2018년에는 구리메탈, 지난해에는 탄산리튬, 2021년에는 NC솔루션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며 “다음 목표는 수산화 리튬 개발과 자동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튬2차전지를 포함하는 EV(전기차)팩, 모듈부터 공정스크랩까지 모든 종류의 스크랩과 리튬2차전지를 재활용하고 있다”며 “국내 최대 재활용 2차전지 소재 생산 능력도 갖고 있다”고 했다.
성일하이텍은 지난달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관련 전시회 ‘인터배터리’에 참여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시회에 참석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과 주요 배터리 소재 업체인 포스코케미칼 등 주요 7개 업체의 부스를 돌았다. 특히 첫 번째 방문 업체로 성일하이텍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배터리 산업에서 리사이클과 제련은 아웃사이더”라며 “제련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만 배터리 가격과 수익성이 자원 재활용에서부터 결정되는 만큼 이 산업을 관심 있게 지켜봐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원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폐배터리에서 소재를 추출하면 광산에서 소재를 채굴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를 60~70% 절감할 수 있다”며 “소재 업체가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게 된 만큼 리사이클 업체에 인센티브를 되돌려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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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대륙 영토 넓힌다 ━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 약력. /사진=성일하이텍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오는 2030년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은 181억달러(약 2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10만개에 육박하는 전기차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전기차 배터리가 향후 전고체 배터리로 진화해도 성일하이텍의 사업에는 문제가 없다. 양극재 소재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EU(유럽연합)는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금속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어서 서유럽 시장 투자에도 신경 쓰고 있다. 올해는 헝가리와 폴란드 공장 증설에 나서는 데 이어 2025년까지 EU 권역 내에 습식공장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현지 공장 증설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5개 대륙에 20개 거점을 만들 구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 IPO(기업공개)가 필수다. 성일하이텍은 내년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1만2000톤 규모의 국내 3공장을 시작으로 점차 덩치를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배터리 재활용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이며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줄이고 친환경차 생산을 증가시키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EU·미국·중국·일본은 탄소중립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EU에서는 2025년 코발트·니켈·리튬 재활용 의무사용 비율을 책정하고 이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움직임은 재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며 “2030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 S등급을 목표로 달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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