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편입 2년차를 맞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와 그룹 내 협업을 바탕으로 실적 회복과 방산 분야 경쟁력 강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사진은 김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6월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모습. /사진=한화
한화그룹이 인수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23일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수익성을 최우선에 둔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엔 한화그룹과 시너지를 통한 방산 입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지휘 아래 뚜렷한 체질 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출범 이후 흑자 전환하며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인수 전인 2023년 1분기 엔 628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영업이익 529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258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전환의 배경에는 김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있다. 김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한화오션 이사회에 합류, 한화오션의 빠른 경영 정상화와 해외시장 확장을 지원해 왔다.

한화오션 출범 이후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직접 직원들과 만났던 그는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 나가자"고 독려했다.

김 부회장의 첫 숙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 달성이었다. 한화오션은 사업부제로 조직을 개편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추진 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추진팀은 생산, 설계, 구매 등 회사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전사 원가절감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에 나섰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거제조선소 1도크에서 LNG운반선 4척을 동시에 건조하며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별수주' 전략도 강화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인 친환경 선박에 집중했다. 지난해 첫 수주 역시 친환경 기술 탑재한 9만3000㎥급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이었다. 두달 동안 7척의 VLAC를 수주하며 고가의 선박으로 도크를 채웠다.
존 필린(오른쪽 첫 번째) 미국 해군성 장관과 김동관(오른쪽 두 번째)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봤다. /사진=한화오션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과 시너지를 통한 글로벌 방산 사업 강화에 주력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출범 당시 2430억달러(약 325조원) 규모의 잠수함과 수상함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해양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잠수함용 ESS(에너지저장장치)와 한화시스템의 무인 전투체계 등을 결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김 부회장은 굵직한 '빅 딜'을 성사시키며 직접 한화오션의 미래 전략을 챙겼다. 지난해 6월 한화그룹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인수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Philly) 조선소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확보했다. 미국에서 조선 사업을 하기 위해선 현지에 조선소를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한 해운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한화오션의 함정 MRO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의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7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했다. 이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의 MRO 사업을 수주해 성공적인 정비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인도한 바 있다. 같은 시기 미국의 신규 함정 MRO 사업 입찰에도 참여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과 각각 만나며 미국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그는 방한한 트럼프 주니어와 회동해 미국 사업을 논의했다. 지난달엔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미 해군성 장관을 직접 맞이하며 한화오션의 뛰어난 MRO 사업 역량을 소개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의 전략적 수요에 맞춰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조 체계를 완비하고 있다"며 "미국 내 여러 조선소를 확보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