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19세 청소년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현재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친오빠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저희 집이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추행은 점점 이어지고 대담해져서 성폭행이 됐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에 따르면 남매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다른 남매들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둘은 껴안는 등 스킨십을 자주했고 친오빠는 A씨를 정서적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집 리모델링 기간 동안 친오빠와 한 방에서 잠을 자게 되자 성추행이 시작됐다.
A씨는 "당시 오빠와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지만 오빠는 뒤에서 절 감싸 안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일은 자주 있었기에 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갑자기 오빠의 손이 제 가슴 위로 올라왔고 '왜 그러는걸까', '실수로 만졌겠지', '내가 여기서 뿌리치거나 화를 내면 오빠랑 어색해지려나' 등 여러 생각들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자는 척 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그 뒤로도 수십 번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그 뒤 어떻게 성추행이 성폭행으로 이어졌는지는 기억은 나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빠가 한 번도 콘돔 등의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다"며 "오빠와 있던 일이 떠올라 불편해서 방으로 피하고 들어갈 때면 오빠는 계속 제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고 밝혔다.
부모님이 문 잠그는 걸 좋아하지 않아 방문 손잡이가 없어서 A씨는 방문도 잠그지 못한 채 지낼 수 밖에 없었다며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뜨면 저를 만지며 보고있는 오빠의 풀린 눈. 여전히 저는 잠에서 깰 때 두렵다"고 호소했다.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19세 청소년이 한 집에 같이 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전하며 도와달라는 글을 지난 1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게시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A씨는 지난 2019년 여름 친오빠를 신고하고 현재 재판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빠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청원글을 올리게 됐다고 글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A씨는 "수사가 진행중이고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오빠는 전혀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지난 2월에도 오빠로부터 또 추행을 당했다"며 "화를 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으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손목을 긋자 '주양육자'인 아빠가 제 뺨을 두차례 내리쳤다. 그 후 저는 정신과 입원을 했고 오빠에겐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오빠와 같이 살고있다"며 "2월 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또 다시 정신과에 입원했지만 미성년자이기에 퇴원을 하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다. 아빠는 내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퇴원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버지에게 오빠가 싫다고 털어놨으나 돌아온 답은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였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님은 현재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해 재판을 준비 중이며 전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접근금지 신청이 됐지만 저는 왜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며 나가면 어디로 가야할까"라며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걸까"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해당 청원은 14일 오후 3시 기준 6만4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공개된 시점부터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에 따르면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 7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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