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공업계에선 중형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기사 게재 순서
①'하늘 위 호텔'은 옛말… '가볍게 멀리' 가는 중형기가 뜬다
②초대형 항공기엔 몇 명이 탈 수 있을까?
③항공기 전동화는 필수… 첨단기술로 효율 높이고 배출가스 줄인다
④UAM시대 시동… 주도권 싸움 치열

최근 항공업계에선 중형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형기종과 소형기종 모두의 장점을 가진 데다 운항 시 연료효율이 개선돼 장거리 노선 투입도 가능해서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례처럼 필요에 따라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비교적 용이하다는 평이다.

외환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직후인 20여년 전만 해도 항공기 운항 효율을 높이기 위해 초대형 항공기가 각광받았다. 소형기 2~3대를 띄우는 것보다 초대형기 한 대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대형기종은 공항 규모에 따라 운항 제약이 크고 단거리노선에는 경제성 면에서 이득이 없는 단점도 드러났다.

반대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항공기 가격이 대형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기종을 대량 구매했다. 단거리 노선 위주로 취항하며 가격 경쟁을 본격화한 것. 하지만 코로나19로 각국이 문을 걸어잠그며 하늘길이 막히자 한계에 직면했다. 중·대형 기종을 보유한 대형항공사들은 화물기로 개조해 수익을 올린 반면 소형기종 위주의 기단을 편성한 LCC들은 고사 위기를 맞았다.
자존심보단 운용 효율
에어버스 A380과 보잉 B747-8i 기종은 그동안 항공사를 대표하는 핵심 기종이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퇴출을 계획하고 있다.

A380은 전 세계 15개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국적항공사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형 기종을 점차 줄이고 중·대형기로 새롭게 구성해 효율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407석의 A380-800과 368석의 B747-8i를 10대씩 모두 20대를 운용 중이다. 합병을 앞둔 아시아나항공도 A380-800을 6대 보유했다.

대한항공은 10년 내 A380-800과 B747-8i 기종의 운항을 중단한다. A380-800은 2011년, B747-8i는 2015년부터 도입됐다. 앞으로 대형 여객기를 중대형기로 점차 전환할 방침이다. 400석에 달하는 탑승객을 모두 태우고 운항하기 어려운 만큼 300석 규모 이하 항공기 위주로 운항하겠다는 것.

항공업계에서는 퇴출되는 대형기종의 대체 기종으로 보잉 B787과 에어버스 A350을 꼽는다. 대한항공은 2019년 중대형기인 B787-10 20대와 B787-9 10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좌석 수 269석의 B787은 동급 기종과 비교해 좌석당 연료 효율이 20~25% 높고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20% 적은 친환경 항공기로 평가받는다.

보잉 B737과 에어버스 A320 등 소형기종 위주로 기단을 꾸렸던 LCC도 중·대형기 도입에 나섰다. 진에어는 이미 대형기종인 B777을 앞세워 하와이 노선에 취항했고 현재는 화물기로 개조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비슷한 급의 A330을 도입해 본격적인 운항을 준비 중이다. 신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B787로 운항을 시작하며 ‘하이브리드 항공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생의 날갯짓을 시작한 이스타항공도 앞으로 중형기종을 추가 도입해 기단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가볍게 멀리 나는’ 항공기에 관심
대한항공_B777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신규 중형기종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는 시점을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증가함에 따라 여행업계는 회복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아태지역 항공사들도 비즈니스 및 레저 산업의 회복과 화물운송에 대한 수요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앞으로 204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6조8000억달러(약 8069조5600억원) 규모의 상용항공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보잉은 동북아시아 시장에서는 다목적성을 위한 기종 교체가 신규 인도건의 75%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세아니아에서도 B787 등을 중심으로 한 다목적 광동형 항공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대런 헐스트 보잉 상용기 마케팅 부사장은 “여행제한이 풀리고 승객들이 여행에 대한 믿음을 보이면서 아태지역의 항공 운송 실적이 크게 향상된 점에서 회복탄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효율적이고 다용도로 활용가능한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들은 보다 적은 연료 소모, 낮은 배기가스 배출 및 운용 비용으로 여객과 화물기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