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제공 © ㈜사이언스북스 89페이지 사진 저작권 표기 : reprinted from Jones et al., “Menstrual Cycle, Pregnancy and Oral Contraceptive Use Alter Attraction to Apparent Health in Faces,” 2005,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Biological Sciences, vol. 272, issue 1561, 347-54, by permission of the Royal Society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진화심리학자 마티 헤이즐턴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가 여성호르몬을 바탕으로 여성의 몸과 정신, 사회적 관계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신간 '호르몬 찬가'를 압축하는 단어는 '호르몬 지능'(Hormonal intelligence)과 '다윈주의 페미니즘'(Darwinian feminism)이다. 호르몬은 자연 선택의 강력한 엔진인 번식을 통제한다.
다시 말해 호르몬은 짝짓기 욕망이나 경쟁적인 충동, 임신 이후 벌어지는 신체와 행동의 변화, 그리고 번식을 넘어 또 다른 경험을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잠재력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생의 장, 즉 완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은 대표적 여성호르몬이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가슴이 커지고 엉덩이의 옆과 뒤쪽에 남성들보다 지방을 많이 축적한다. 이른바 모래시계의 형태의 몸매를 갖게 된다.
여성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최고조일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더 매력적인 얼굴로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속 여성은 동일인물이다. 왼쪽 사진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을 때이고 오른쪽은 낮을 때의 합성사진이다.
여성 호르몬은 가임기임을 외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은밀한 전략도 취한다. 처음 만난 남녀에게 동침 의사를 묻는 실험이 대표적 사례다. 남자 4분의 3이 동침이 좋다고 했으나 여자는 단 한 명도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저자는 이를 '양육 투자 이론'으로 설명했다. 자손을 낳아 양육하는 엄청난 수고를 아는 여성의 호르몬은 파트너를 고를 때 훨씬 신중하기 때문이다.
헤이즐턴이 호르몬 주기를 처음 연구하는 시절만 하더라도 과학계에서는 동물들이 호르몬에 지배당하고 있는 반면, 인간은 호르몬의 지배에서 벗어났다고 여겼다.
다윈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생리 현상이 운명이라고 주장하는 단순한 성차별주의에 맞서서 우리의 생리 현상을 존중하고 온전히 탐구한다. 저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다원주의 페미니즘을 통해 인간 역시 호르몬에서 해방된 존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호르몬찬가© 뉴스1
성차별주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다. 책에는 2015년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여성에게 무례한 자신을 비판한 여성 기자에 대해 "어디선가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비아냥댄 것을 사례로 꼽았다.
저자는 생리 현상의 역할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맥락, 반응을 보이고 선택을 하는 작용 주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여성의 행동에 미치는 호르몬의 역할에 관한 논의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 내에서조차 타협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고 밝혔다.
"잘못된 정보를 믿는 성차별주의자들은 여전히 진실을 왜곡하고, 여성들에게 너무 높은 장애물로 생물학적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페미니스트들은 당연히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런 역학 관계 때문에 현실과 미신을 풀어내는 것이 어려워진다"
저자의 연구 결과는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증명해 온 과학자와 성평등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페미니스트 등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완경'(完經·생리가 끝나는 현상)에 대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그는 "완경은 몸이 쇠약해지거나 '말라버리는' 징후와 거리가 멀다"며 "치료를 요하는 질병으로 취급하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다만 완경은 가임기에 좋은 유전자를 지닌 상대를 찾는 일종의 '짝 쇼핑'를 마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호르몬의 영향을 더 많이 연구할수록 인간은 자신의 몸과 정신, 사회에 대한 진보적인 견해와 통찰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우리 몸과 정신을 형성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호르몬 찬가/ 마티 헤이즐턴 지음/ 변용란 옮김/ 사이언스북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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