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며느리를 맞은 시어머니들이 명절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결혼 3년차인 20대 후반 A씨. 추석 연휴를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지인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속으로는 웃는다. 쌓이는 집안일에 끝도없는 교통체증까지, 저마다 명절 스트레스를 토로하지만 A씨 시어머니는 결혼 후 첫 명절부터 "차가 막히는 연휴를 피해 여유가 될 때 놀러오라"며 신세대 시어머니다운 모습을 보였다.
1년에 단 두 번, 가족·친척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즐거운 명절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된지 오래다. 명절 기간에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필요한 차례 문화와 허례허식은 현대시대 맞벌이 가정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명절 차례 문화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며느리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며느리들이 명절마다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는 것은 ▲장거리 이동 ▲음식 만들기와 설거지 ▲시어른 잔소리 ▲차례·제사문화 등을 꼽았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지난 1월 설 연휴에 성인남녀 8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명절 행사의 최대 문제점은 '실속 없고 형식적'(39.5%)이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역할 분담 불균형(24.2%) ▲비용 부담(18.3%) ▲일이 많다(16.4%) 등이었다. 응답자 94.3%는 '차례상 음식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올해는 치솟는 물가로 인해 음식 차리기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올 추석에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지 않거나 간소화하는 가정이 많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인크루트가 지난 8일 추석 계획과 경제적 부담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회원 1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간소화할 것'이라는 답변이 5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예년처럼 할 것(28.4%) ▲아예 하지 않을 것(17.4%)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차례 문화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특히 개성이 뚜렷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M)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결혼 적령기 도래로 부모세대 역시 '꼰대 문화'를 지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박지현씨(가명)는 "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제사를 없애라'라는 유언을 남기시며 제사를 더이상 지내지 않게 됐다"면서 "명절에는 부모님과 간단한 점심을 먹고 저녁에 외식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명절 문화도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간 서로 존중하는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