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의혹, 발언 논란, 음주운전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과거엔 아이돌 멤버가 물의를 빚으면 활동 중단 후 복귀를 선택했다. 하지만 요즘엔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는 등 소속사의 위기 대응방식이 달라졌다.
학교폭력 의혹? … 서수진·김가람·양동화 OUT
학교폭력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멤버들이 그룹에서 퇴출당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서수진, 김가람, 양동화. /사진=뉴스1, IST 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였던 서수진은 학교 폭력 가해 논란이 불거진 지 약 1년 만에 소속사에서 퇴출됐다. 지난해 2월 한 누리꾼은 중학교 재학 시절 서수진에게 집단 따돌림을 비롯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수진과 소속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으나 배우 서신애가 "내 뒤에서 본인의 무리와 함께했던 멸시에 찬 발언과 행위조차 절대 아니라고 단정 지으니 유감"이라며 자신도 피해자임을 직접 밝히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고 서수진은 결국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서수진은 악화된 여론 속 지난해 8월 데뷔 3년여 만에 조용히 팀을 탈퇴했다. 당시 큐브와의 전속계약 해지 소식이 따로 전해지지 않아 그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기도 했지만 지난 3월 큐브가 서수진과의 전속계약 해지를 공식화하며 그는 연예계를 떠났다.


그룹 르세라핌으로 지난 4월 데뷔한 김가람도 학폭 의혹이 제기된 뒤 데뷔 3주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소속사는 "해당 멤버가 중학교 입학 후 초반에 친구를 사귀던 시기에 발생한 문제를 교묘히 편집해 해당 멤버를 악의적으로 음해한 사안"이라며 김가람도 '학폭 피해자'라고 강조했으나 결국 김가람의 퇴출을 결정했다.

데뷔를 준비하던 보이그룹 ATBO도 멤버의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지자 과감히 퇴출을 선택했다. ATBO는 올여름 데뷔를 앞둔 IST엔터테인먼트 소속 신인 그룹. 멤버 양동화가 중·고등학교 시절 담배를 피우고 화장실 문을 주먹으로 치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했다는 글이 퍼졌다. 이후 IST엔터테인먼트는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고 양동화를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이후 ATBO는 원빈을 새로운 멤버로 발탁해 다시 데뷔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음주운전'이라니… 임영민·허찬 ·문준영 OUT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아이돌이 팀에서 퇴출당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임영민, 허찬, 문준영. /사진=장동규 기자, 뉴스1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한 그룹 에이비식스(AB6IX)의 리더였던 임영민도 지난 2020년 5월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붙잡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가 속한 그룹 에이비식스는 리더의 잘못으로 컴백 며칠 전 음원과 안무를 전면 수정하고 컴백 날짜까지 미뤘다.
음주운전 적발 뒤 처음에는 활동 중단을 알렸던 임영민. 그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팀 탈퇴를 결정하고 5개월 뒤 입대했다. 일각에서는 도피성 입대라며 더욱 비난했다.

그룹 빅톤의 허찬은 지난 9월 지인들과 만난 뒤 귀가하던 도중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찰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하루하루 후회와 자책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사과했지만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 측은 탈퇴를 결정했다.


소속사는 "허찬을 포함한 빅톤 멤버 모두와 신중히 논의한 끝에 허찬의 탈퇴를 결정했다. 더는 폐를 끼칠 수 없다는 본인과 멤버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이 같은 결정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룹 제국의아이들의 문준영은 두 번째 음주운전으로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당했다. 그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실시한 결과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13% 수치가 나온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문준영은 지난 2018년에도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던 상황. 반복된 사고는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으로 이어졌다.
"활동중단 후 복귀는 옛말"
지난 5월9일부터 16일까지 리서치 전문기업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자체 리서치 애플리케이션 리얼리서치를 통해 대한민국 성인남녀 3507명을 대상으로 사건·사고로 활동하지 못하는 연예인 복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예인 자숙·퇴출 문화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더욱 심해질 것이다'라는 의견이 51.6%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35.2%)' '다소 약해질 것이다(13.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숙 연예인의 복귀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연예인 복귀에 대한 법률 개정'이 35.0%로 가장 높았고 근소한 차이로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복귀 결정'이 34.1%,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23.7%), '연예인 복귀에 대해 일반인 투표로 결정'(6.3%), 기타 (1.0%) 순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자숙한 연예인의 복귀에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빚는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이때 대부분은 즉각 활동중단이나 자숙 후 복귀를 먼저 생각한다. 일정 기간 자숙한 뒤 조용히 복귀하는 연예인이 많았기 때문. 하지만 소속사들은 과거와 달리 논란을 일으킨 멤버를 감싸기보단 퇴출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인기 아이돌의 잇단 사건사고는 팬덤의 인기도 하락과 이미지 추락으로 인해 K-POP 산업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POP인 만큼 아이돌 그룹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나중을 위해 '퇴출'이라는 극악 처방이 불가피할 것이다.

대중의 관심으로 먹고 사는 연예계에서 이미지 추락과 구설수에 오른 멤버를 감싸 굳이 위험을 감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퇴출·탈퇴라는 초강수를 두기 전 멤버 발굴부터 기획·제작에 이르기까지 소속사의 역량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