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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의 특급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남북의 '사람'과 '생활'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물로, 판타지 로맨스 장르 뮤지컬의 신선함을 선사한다.
지난 2019년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뮤지컬화가 발표되자마자 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박해림 작가,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인 박지혜 연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2' 등 드라마틱하면서도 섬세한 음악의 이상훈 작곡가가 뭉쳐 완성도를 높였다.
이규형은 '사랑의 불시착'에서 주인공 리정혁으로 분했다. 드라마에서는 현빈이 연기한 캐릭터로 존재감이 크지만, 그는 뮤지컬 속에서 자신만의 리정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준비를 하면서 뮤지컬만이 가진 특징과 매력을 살렸고, 덕분에 그만의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캐릭터가 체화돼 무르익었다며 앞으로가 더 재밌을 것이라고 해 기대감을 높였다.
14일 '사랑의 불시착'을 공연 중인 이규형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T2N미디어
<【N인터뷰】①에 이어>
-16부작 드라마인 원작과 달리 뮤지컬은 170분의 러닝타임 안에 모든 인과관계를 전달해야 한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드라마 연기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작가님이 글로 설명을 해주시고, 눈물 한 방울도 클로즈업으로 표현된다. 반면 뮤지컬은 축약된 부분을 전달하기 위해 확장해서 신을 만들고, 연기도 더 정확하게 전달이 되게끔 한다. 또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재미를 놓치면 안 되다 보니 그걸 고려해 연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세리가 낙하산에서 내리고 지뢰를 밟았을 때 코믹적인 상황이 전달되게끔 한다던가 하는 것이다. 또 순찰대가 온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키스하는 신은 공연에 맞게 콤팩트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그런 것에 대해 배우와 연출이 서로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 덕분에 작업이 재미있었다.
-윤세리 역의 임혜영, 김려원, 나하나와 호흡은 어떤가.
▶세 분 다 뮤지컬계에서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너무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세 사람 모두와 작품을 한 적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윤세리를 연기한 세 배우의 기질이 달랐는지 캐릭터에도 차이가 있었다. 나하나의 윤세리는 통통 튀는 게 있다. 다들 밝지만 그중 나하나가 유독 웃음이 많고 긍정적이다. 본인의 색채가 캐릭터에도 묻어나지 않았나 한다. 김려원은 디테일하면서도 한 신 한 신에 정석으로 접근하려 한다. 진지한 부분이 있어서 같이 연기할 때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임혜영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해야 할까. 그런 노련미가 있다. 노래야 다들 기가 막히게 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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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 함께한 이이경, 우주소녀 연정, 한승윤은 뮤지컬계에서 신인이다. 함께 작업해보며 어땠나.
▶이경이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무대 위에서 여러 시도를 거침없이 한다. 애드리브를 하다가 실수할 때도 있지만, 그런 실수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으니까. 오히려 그로 인해 또 다른 흐름이 나오고 감정선이 발생하는 게 살아있는 무대 같다. 좋은 기운과 에너지가 있어서 함께 있으면 즐겁고 좋다. 연정이는 '그 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잘한다. 드레스 리허설을 할 때 연정이를 보면서 '가수 아니었나, 연기를 왜 이렇게 잘해?'하고 놀랄 정도였다. 역시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친구들이 괜히 그런 게 아니다. 그런 경쟁을 버티고 올라온 친구여서인지 야무지고 똘똘하고 본인 몫 이상을 해내더라. 승윤이는 꽃미남인 데다 노래도 잘한다. '싱어게인' 출신인데 괜히 그 그 프로그램에 나온 게 아니다. 연기는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점점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인다. 너무 성실하게 연습을 해서 뮤지컬을 더 해나가면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해외에서 뮤지컬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나.
▶요즘 한국 작품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진출이 되는 세상인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해외 에이전트들이 본인 배우들을 한국 작품에 넣고 싶어서 어필하는 걸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지' 싶을 정도로 감개무량하다. 배우 입장에서는 감사하고 고마운 상황이다. 가만히 국내에서 활동해도 전 세계 사람들이 봐주는 시대가 열렸으니까. 그런데 공연은 그렇지 않고, 직접 가서 해야 하지 않나. 중국과 대만에서도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언어가 다르니 '우리가 의도한 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90% 이상 받아들이고 보셔서 놀랐다. '사랑의 불시착'도 일본 관계자들이 공연을 보고 회차를 더 늘리자고 해서 '진출하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겠다'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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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 세 편과 드라마 두 작품, 공연도 세 개나 하게 됐다. 소처럼 일하는 이유가 있나.
▶쉬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내가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음주도 좋아해서 쉬면서 술 먹고 놀고 하다 보면 망가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히려 일을 할 땐 컨디션 관리를 위해 술도 안 마시려 하고 운동도 하면서 절제하니까 자기 관리가 된다. 길게 쉴 때는 차라리 여행을 가려고 한다. 그러면 남는 게 있으니까.
-일을 계속하면 체력 관리가 어렵기도 할 텐데.
▶틈틈이 운동하고 공진단 같은 걸 챙겨 먹긴 한다. 그런데 사실 체력이 참 좋은 편이다. 탕준상과 같은 축구팀인데 아들뻘인 친구와 축구를 해도 밀리지 않는다.(웃음) 물론 무리하지 않으려 신경을 쓰긴 한다. 드라마 촬영은 이미 마친 상태로, 공연을 할 때는 할 게 많아서 다른 걸 병행하지 않는다. 지금은 '사랑의 불시착'을 하며 '스위니토드' 연습에만 참여하고 있다. '스위니토드'를 마치면 다음 작품도 할 예정이다.
-본인이 꾸준히 업계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돈을 받고 공연을 하는 프로 데뷔를 22세 때 했다. 이후 바로 입대하고 말년 병장 때 오디션을 보고 제대하자마자 또 뮤지컬을 했다. 그때부터 쉬지 않고 공연을 했다. 성실하게 꾸준히 쭉 해온 게 사람들이 나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무난하게 해내니까 찾아주시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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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서다가 매체로 넘어오면 이쪽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은 둘 다 밸런스 있게 해내는 느낌이다.
▶아마 대부분의 매니지먼트들은 공연보다 영화나 드라마를 선호할 거다. 아무래도 그쪽과 소통을 주로 하니까. 나도 처음 매체 연기를 할 때는 공연을 하지 말라고 해서 쉬었던 기간도 있다. 그러다가 안 되겠어서 뮤지컬 '팬레터'와 연극 '날 보러 와요'를 거의 동시에 했다. 무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너무 좋고 재밌어서다. 아이디어를 내고 연습을 하는 게 재밌다.
-곧 드라마도 두 편 하지 않나. 최민식과 함께한 '카지노'는 11월 공개를 앞두고 있고, 송강호와 '삼식이 삼촌'도 한다.
▶존경하는 최민식,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해 너무 영광으로 생각한다. 사실 '카지노'에서는 최민식 선배님의 과거 시절을 연기해서 만나는 장면이 없다. 그게 아쉬웠다. 송강호 선배님과도 연기하게 됐는데 너무 영광이고 기대된다.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을 찾을 관객들에게 한 마디.
▶우리 작품을 선택하면 유쾌하고 기분 좋게 극장 문을 나설 수 있을 거다. 가족들과, 친구와, 연인들과 함께 봐도 좋다. 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아니지만 멜로와 코미디가 잘 어우러져 재밌다. 후회 없는 결정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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