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대해 소비자의 불만이 가득하다. 사진은 엔카진단 차량. 사진 속 차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엔카닷컴
▶기사 게재 순서
①'중고차 매매 플랫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②저렴해서 봤더니 역시나… 물량만 많은 엔카닷컴
③"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엔카닷컴에 문의했다가 '봉변'
④'15% 고금리' 엔카 할부론 중고차 구매 괜찮을까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팽배하다. 물량은 많은데 믿을 만한 차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진단한 뒤 다시 되파는 케이카와 달리 엔카닷컴은 각 중고차업체에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허위·사기 매물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에 새 차 고객 인도기간이 최소 12개월이 넘자 소비자들이 계약 즉시 차를 받을 수 있는 중고차를 주목했지만 엔카닷컴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온라인엔 새 차, 직접 보면 갸우뚱
"최근 온라인으로 차를 구매하는 일이 일상화 됐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 못한 것 같아요."
직장인 A씨는 최근 엔카닷컴으로 중고차를 알아보다 화가 치밀었다. 요새는 허위매물이 많이 없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1년 넘게 걸리는 새 차를 사려던 마음을 접고 중고차로 눈을 돌렸는데 직접 보니 온라인에 기재된 설명과 실제 모습이 다소 달랐다는 생각에서다.

A씨는 "새 차를 받기 힘들어지다 보니 중고차의 가치가 많이 올랐지만 믿을만한 매물은 아직도 찾기 어렵다"며 "오래 걸려도 결국 새 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A씨처럼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다. 차 구매를 위한 예산 문제도 있지만 차 반도체 수급난 여파에 고객 인도까지 오래 걸리는 새 차보다 더 빨리 받고 싶은 마음에 중고차로 눈을 돌린 이들이 태반이다.

중고차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며 중고차 매물의 가치는 뛰었지만 고객 신뢰도는 여전히 바닥이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대해 소비자의 불만이 쌓였다. 사진은 엔카닷컴 모바일 화면. /사진=엔카닷컴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 중고차를 구입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1명과 중고차 판매사업자 105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난해 10월20일~11월30일)을 실시해 올 초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중고차시장의 문제점으로 '허위·미끼 매물'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소비자(79.8%, 복수응답)보다 사업자(98.1%)의 응답률이 높게 나타나 중고차 업계 스스로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불투명한 가격 정보(71.7%)와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59.1%)를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사업자들은 불투명한 가격정보(70.5%)와 매물 비교 정보 부족(56.2%)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엔카닷컴서 피해 입지 않으려면
'엔카닷컴'과 '케이카'는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이다. 매년 모바일을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이 쏟아졌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만큼 소비자들이 중고차 구매 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두 플랫폼은 온라인 기반이고 동급 차종 기준 가격은 대동소이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케이카는 직접 진단을 거쳐 보유한 중고차만 팔기 때문에 허위매물이 없는 대신 차 상태에 대한 일부 과장광고는 존재한다는 평가다.

엔카닷컴도 직접 진단한 매물을 제공하지만 대체로 중고차 중개업자들의 매물 홍보와 거래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허위·사기 매물에 취약하고 사고 내력을 알기도 쉽지 않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가득하다. 사진은 엔카 비교견적 PRO 광고. /사진=엔카닷컴
엔카닷컴은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무사고 진단차 대상 홈서비스(중고차 구매 후 소비자가 차 점검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제도)를 도입(최대 7일)해 운영 중이지만 각자의 일상이 있는 소비자가 이 시간 동안 차를 꼼꼼히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7일 가운데 3일은 무료이고 4일째부터는 돈을 내야 한다.
케이카는 직접 매입한 차를 상품화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어서 차 상태가 무난한 매물이 많지만 판매 차종의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엔카닷컴은 전적으로 딜러의 몫이다. 주행거리가 길고 사고 수리 후 급히 처분하는 차도 다수 존재하는 데다 최근 유난히 가격이 저렴한 차도 있어 침수차가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다.

소비자 신뢰를 쌓는 일은 오롯이 딜러와 플랫폼 제공업체의 몫이지만 소비자 만족도는 늘 뒷걸음질 수준이고 피해 사례가 속출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플랫폼을 통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해당업체의 약관을 꼼꼼히 살피는 게 우선이지만 쉽지 않은 만큼 피해를 입었다면 법적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

이 교수는 "한국소비자원 등에 정식으로 불만 접수를 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소비자 단체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들을 통해 소비자의 피해가 명확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언론 등에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기업의 잘못된 행위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