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癸卯年) 설을 이틀 앞둔 20일 대구 달서구 테마파크 이월드 동물농장에서 한복차림의 토끼가 재롱을 부리고 있다. 2023.1.2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이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검은 토끼에 해당한다. 동양에서는 토끼를 착하고 겸손하면서도 지혜로운 동물로 여겼다.
또한 토끼는 감수성이 뛰어나 예술성이 강하지만 생각이 앞서 재능만 믿고 게으르며 수동적인 게 흠으로 꼽혔다. 이런 토끼를 둘러싼 사자성어는 수주대토, 오비토주, 귀모토각, 토사구팽 등 다양하다.
수주대토(守株待?)는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인 한비자가 낡은 관습에 묶여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유하기 위해 거론했다.
한비자에 따르면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사는 농부가 밭에 있는 나무에 토끼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는 것을 봤다. 이후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부딪히기를 기다리며 농사일을 멈추고 나무를 지켰다. 하지만 그는 두 번 다시 토끼를 얻지 못했고 밭은 황폐해졌다.
오비토주(烏飛?走)는 까마귀는 날고 토끼는 달린다는 뜻으로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비유한다. 여기서 까마귀는 태양, 토끼는 달을 상징한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당나라의 한종(韓琮)이 쓴 시 춘수(春愁)에서 유래했다.
한종은 춘수에서 금오장비옥토주 청빈장청고무유(金烏長飛玉兎走 靑?長靑古無有)라고 한탄했다. 이 구절은 금빛 까마귀 멀리 날고, 옥토끼 빨리도 달리는구나, 칠흑같은 살쩍 머리 언제까지 검을까라는 의미다.
귀모토각(龜毛兎角)은 거북의 털과 토끼의 뿔을 뜻한다. 즉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중국 위진남북조 시절에 나온 지괴소설 가운데 하나인 '수신기'(搜神記)에 등장한다.
수신기에는 '상나라 주왕 때 큰 거북에 털이 나고 토끼에 뿔이 났다. 이는 곧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다'(商紂之時 大龜生毛 兎生角 甲兵將興之象也)는 구절이 나온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은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말이다. 교토사양구팽(狡?死良狗烹)의 줄임말인 이 사자성어는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하게 버리는 상황을 지칭한다.
사마천이 쓴 사기열전에 따르면 유방은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운다. 한신은 이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워 초왕(楚王)에 봉해졌다.
한신은 종리매(鍾離昧)라는 절친한 친구가 의탁하고 있었다. 종리매는 원래 항우의 부하로 전쟁 중에 여러 차례 유방을 괴롭혔다. 그 소식을 들은 유방이 한신에게 종리매를 체포해 압송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종리매는 난감한 처지에 빠진 친구를 위해 자결을 택했다. 한신은 종리매의 목을 들고 가 유방에 바쳤지만 체포됐다. 한신은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아먹고, 새가 없어지면 활도 거두어 치우고 적국이 패망하면 모신도 죽는다더니 천하가 평정됐으니 내가 팽당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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