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는 헝가리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7일(한국시각) 야노시 차크 헝가리 문화혁신부 장관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머니S와 인터뷰하는 야노시 장관. /사진=김태욱 기자
동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는 헝가리. 헝가리는 현대음악의 거장이자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로 불리는 리게티 죄르지(1923~2006)의 고향이다. 이외 프란츠 리스트(1811~1886)와 페테르 외트뵈시(1944~) 등 수많은 작곡가가 헝가리에서 탄생했다.
문화·예술 외에도 헝가리는 그린필드 투자(현지 법인 설립 후 공장 운영)로 주목받는 국가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9%에 불과해 삼성SDI와 CATL 등 글로벌 배터리기업이 다수 진출했다.

머니S는 헝가리 문화·경제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야노시 차크 헝가리 문화혁신부 장관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야노시 장관은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성공 비결 궁금… 산학협력도 관심"
사진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 방한 목적이 궁금하다.
▶헝가리 문화혁신부는 문화와 가족정책, 혁신, 과학 등을 총괄하는 부처다. 방한 이유는 한국이 이 같은 분야를 선도하는 모범국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경제 성장과 혁신, 현대화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성공 비결을 배우기 위해 왔다. 동시에 한국에 있는 대학·기업 관계자 등과 만나 한국·헝가리 산학협력 심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자 한다.


- 방금 산학협력을 언급했다. 지방 자치단체의 경제 부흥과 연구·개발(R&D) 중 무엇이 주된 목표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산학협력, 구체적으로는 R&D 협력을 위함이다. 헝가리는 일찌감치 산학협력에 주목했다. 직업훈련에 속도를 낸 이유다. 실제로 우린 큰 성과를 거뒀다. 만 14세 이상의 학생은 기업체와 학교에서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이중 시스템'인 셈이다. 만 4년을 학교와 현장에서 보낸 직후 대학으로 진학하는 제도다. 최근 5년 과정도 도입했다. 4년제와 내용·방식은 동일하다. 5년제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한 이후 대학에 진학하는 제도다. 방금 언급한 제도 모두 안착했다.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제도다. 개인적으론 지난 1990년대부터 산합협력을 이끈 '싱가포르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 앞서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언급했다. 그런데 넷플릭스·애플TV+ 등 거대 스트리밍 플랫폼이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할 경우 국내 콘텐츠 기업이 하청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IP 수익을 넷플릭스 측이 전부 가져간 것이 대표적 사례다.


▶헝가리 정부는 스트리밍 플랫폼 관련 규제와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시행 등에 나섰다. 오늘날 헝가리가 영화 제작 분야를 이끄는 비결이다. 기술의 변화는 대단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영화 제작 공급망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통해 제작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과거에는 유통 플랫폼에 불과했다. 지난 1990년대 미국의 대규모 통신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유통 채널에 불과했으며 콘텐츠는 디즈니 등에서 공급 받았다. 이후 미국의 통신 기업들은 콘텐츠 공급자로 변모했다. 자신만의 콘텐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챗GPT 규제 논의… 사용 금지 옳지 않아"
사진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 로고. /사진=로이터
- 최근 미국 작가조합은 넷플릭스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진행해 온 임금인상 단체교섭이 소득 없이 결렬됐다면서 파업에 나섰다. 헝가리 정부 또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챗GPT에 대한 규제를 꺼내들 가능성은.
▶국가와 EU 차원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AI)과 챗GPT가 인류의 삶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인류는 무형유산, 즉 '디지털화되기 어려운 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인류는 AI가 복제할 수 없는 감정적 유산도 소유하고 있다. 챗GPT가 인류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 단계에서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챗GPT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 앞서 문화혁신부가 '독특하다'고 언급했다. '문화'와 '혁신'의 결합이 신선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부처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매우 당연하면서도 간결한 개념이다. 문화와 가족은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다. 문화와 가족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문화와 가족 정책을 발의·입법하는 과정에선 경제정책을 고민하게 된다. 경제정책은 보통 혁신정책과 궤를같이한다.
"헝가리, 문화분야도 앞서고 싶어… 한국 주목"
사진은 헝가리 국회 모습. /사진=로이터
- 문화경제학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제조업을 예로 들겠다. 오늘날 한국 자동차기업의 위상은 대단하다. 20여년 전과 지금 한국 기업들의 국제적인 위상은 비교 불가다.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기업들이 한국에서 탄생했다. 같은 기간 헝가리는 세계 3위의 대형 배터리 생산국 반열에 올랐다. 헝가리의 훌륭한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업이 오늘날 전기차 배터리 산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성과가 또 다른 기회를 가져온 셈이다. 물론 우리 부처는 경제를 넘어 문화로 양국(한국·헝가리) 간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로 가까워진 양국 관계가 문화로 한층 가까워지길 희망한다.

- 헝가리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최근 EU의 지침에 따라 법인세를 대폭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금 또한 가파르게 올라 헝가리의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헝가리 경제는 '개방된 형태'로 요약된다. 매년 헝가리 FDI 규모는 (헝가리) GDP의 60%에 달한다. 우리는 항상 개방된 국가 형태를 유지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기존 제조업과 더불어 문화 분야에서도 앞서고 싶다. 우리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헝가리는 개척자 정신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