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할 곳 없는 전기차 충전소 /사진=뉴스1 DB
①전기료 인상에 전기차도 경고등
②안전 사각지대 지하 전기차 충전소
③녹슬고 부족한 충전 인프라 개선 시급
'충전 난민'. 전기차를 타면서 충전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올해 설 연휴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충전 난민 행렬'이 늘어서며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가뜩이나 추운 겨울이면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마당에 충전소마다 인파가 몰려 시동이 꺼질까봐 가슴을 졸인 운전자가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충전 난민'이 생겨난 이유는 전기차 대수보다 충전기 대수가 적은 탓도 있지만 정책 추진 시 시장 예측을 제대로 못한 게 크다.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지역에 충전기를 더 설치하는 건 물론, 운전자들의 주된 동선에 맞춰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특정 장소 충전기는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반대로 이용량이 '0%'에 가까운 곳도 있다.
전기화물차의 대량 보급도 '충전 난민'을 양산한 배경이다.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화물차가 많이 팔리면서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는 사실상 이들이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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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곳에 집중 설치가 우선━
한국전력공사가 집계한 4월 말 기준 국내 등록된 총 전기차 수는 42만2383대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8만4533대로 가장 많고 서울 6만1123대, 제주 3만4432대, 인천 2만7840대, 대구 2만5535대, 부산 2만2676대, 광주 9761대, 세종 3343대가 등록됐다.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총 22만5469곳으로 전기차 등록대수의 절반 수준이다. 50kW 이상의 급속충전소 비중은 11.08%에 불과하다. 완속충전소가 88.84%에 달한다.
급속충전소가 가장 많이 설치된 지역은 경기도(4980곳)인데 완속 비중이 91.42%다. 서울도 3276곳의 급속충전소가 있지만 완속충전소 비중이 91.9%다. 충전소는 적지만 급속충전소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도로 27.78%다. 반대로 부산은 6.34%(834곳)에 불과했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등 주거 비중이 큰 지역은 완속충전기가 대량 보급됐다"며 "제주도는 관광지라는 특성상 돌아다니다가 충전하는 경우가 많아 급속충전기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국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소 현황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처럼 전기차 운전자의 동선과 동떨어진 정책이 질타를 받자 정부는 운전자 밀착형 설치를 추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월23일 기준 전기차 공용완속충전기 설치 직접신청은 누적 1만기를 넘었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50%를 차지했다. 올해부터 입주민 대표 등이 희망 사업자를 선정해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완속충전기 설치가 급증했다.
환경부는 "적재적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사용자 중심의 충전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추가 충전기 설치 목표는 완속 6만기, 급속 6천기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예산도 환경부 1차공모(2월9일~3월11일) 기준 120개 사업에 1283억원이다.
독일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는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가 2023년 550억달러(약 72조4350억원)에서 2030년 3250억달러(약 428조250억원)로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SK·한화·LS·LG 등 대기업들도 전기차 충전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충전 계열사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300억원을 유상증자하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낸다. 800V 초급속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라인업이 늘어나면서 초급속충전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25년까지 3000기 설치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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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충전인프라는 개선 필요━
기존 충전인프라 개선작업도 시급하다. 야외 충전소는 눈·비 등을 막는 지붕이 필요하지만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많아 설비가 쉽게 노후화되고 있다. 지난 5월23일 기준 서울시는 14곳, 경기도 22곳, 부산 2곳, 인천 1곳, 강원 5곳, 경남 5곳, 경북 15곳, 제주 7곳이 사용 불능 상태다.이후경 이비올 대표는 "기존 전기차 충전소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데 가장 먼저 대량 설치한 제주도는 염해로 인한 충전기 부식 등의 문제가 있다"며 "운전자가 어렵게 충전소를 찾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충전기 보조금에 맞춰서 충전기 품질이 저하된 것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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