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상장 대형건설업체들 대부분이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감소라는 벽에 부딪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자잿값 상승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실적이 월등히 개선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사진=뉴스1
(1) 비상장 대형건설업체, 원자잿값 부담에 이익 줄어
(2) 상장 이슈 현대ENG·SK에코플랜트 '현금 유동성 악화'
(3) "수익성 낮아져도 수주" 롯데·포스코·한화 정비사업 강화
비상장 대형건설업체들이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저조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0년과 2021년 집값 상승기 당시 호황을 누렸던 건설업계가 기준금리 인상에서 비롯된 부동산 시장 침체와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고전하고 있는 탓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업체 중 비상장 4개사(포스코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에코플랜트) 중 3개 업체가 영업이익률 하락과 매출 원가율 상승이 관찰됐다.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비중을 꾸준히 키워온 SK에코플랜트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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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 매출 증가에도 원가율 상승에 고통━
비상장사 중 시평 순위(4위)가 가장 높은 포스코이앤씨의 올 1분기 매출액은 2조363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121억원) 대비 11.9%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년 새 1177억원에서 53% 감소한 551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5.7%에서 2.3%로 반토막났다. 원자잿값 상승 영향으로 같은 기간 매출 원가율은 89.7%에서 94.4%로 증가했다. 국내 도급공사 매출액과 비율(이하 별도 기준)은 ▲건축 9314억원(42.1%) ▲플랜트 6257억원(28.2%) ▲인프라 2443억원(11.0%) 등을 기록했다. 해외에선 ▲플랜트 2248억원(10.2%) ▲인프라 771억원(3.5%) 등의 실적을 올렸다. 자체공사는 1109억원(5.0%)이었다.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영업이익 하락이란 결과가 도출됐다"며 "올해 제철 플랜트와 건축 등 두 가지 기존 핵심 축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화공, 에너지 플랜트, 신재생 에너지 등의 신사업분야를 더해 수주 확대와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4위와 7위에 각각 이름을 올린 포스코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94.4%와 94.9%의 원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롯데건설 원가율 또한 90%대에 진입하며 영업이익률 하락을 직면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포스코이앤씨 송도 사옥,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롯데건설 사옥./사진=김창성 기자, 신유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잿값이 늘어난 동시에 외주비 상승도 영업이익률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민간공사에선 도시정비사업을 확대하고 수도권 중심의 주택사업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해외공사에선 풍부한 사업수행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다변화, 수주 방식 다각화를 통한 우량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역시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이 줄었다. 지난해 1분기 1조1950억원이던 롯데건설 매출은 올 1분기 1조4212억원으로 18.9%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2.2%(586억원→443억원) 하락했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4.9%에서 3.1%로 하락했다. 올 1분기 매출원가는 1조300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24.3% 증가했다. 매출원가율은 86.9%에서 90.8%로 상승했다. 국내 도급공사 매출액과 비율은 ▲건축 8354억원(58.7%) ▲플랜트 964억원(6.7%) ▲인프라 1720억원(12.1%)을 각각 차지했다. 해외 도급공사는 2821억원(19.8%)이며 직접 시행한 자체공사는 207억원(1.4%)이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1분기 비상장 대형건설업체 중 유일하게 양호한 실적을 써내려간 회사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는데, 이는 자회사 실적 반영과 신사업 확대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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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확대·자회사 실적 반영… SK에코플랜트 '웃음'━
비상장 대형건설업체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견인한 곳은 SK에코플랜트다. 올 1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1조475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705억원) 대비 16.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461억원)보다 4.1% 늘어난 4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 원가율은 88.46%에서 89.0%로 소폭 올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매출액 증가 배경엔 SK오션플랜트, 싱가포르 테스(TES-AMM) 등 자회사 실적 반영이 있다"며 "영업이익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경기 둔화에도 신사업으로 실적을 견인하며 늘었다"고 설명했다.국내·외 신사업 매출 비중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사업 매출은 올 1분기 2662억원(비중 18.0%)으로 2022년 1분기 1156억원(9.1%)보다 2.3배가량 성장했다. 연료전지, 해상풍력 등을 다루는 에너지사업은 2759억원(18.7%), 친환경인증 건축물(G-Seed)와 도로·터널 등에 관한 솔루션사업은 9331억원(63.3%)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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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2분기 실적 개선 장담 어려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적 물가 상승에 따라 시작된 원자재 수급 불안은 여전히 건설업계 영업이익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1포인트로 전월(150.99) 대비 0.08%, 전년 동월(143.74)보다는 5.13% 각각 상승했다.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근 가격 등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멘트 등 자재의 가격이 높아 건설업체들은 올해도 높은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건설경기도 상향요인보단 하향요인이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건설시장 부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건설공사비 상승세는 소폭 둔화됐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확대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점증하면 건설업계 부진이 브릿지론을 많이 취급하는 증권사나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이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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