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가운데 지난 1057회 로또 추첨에서 2등 당첨자가 664명 나와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뉴스1
"과거 주택복권 추첨처럼 화살 발사식으로 하면 믿을게요."
물가 폭등과 경기 불황으로 로또에 희망을 품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른바 '인생 역전의 기회'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어서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회초년생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이라며 로또 구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로또 조작 의혹으로 사회초년생들은 크게 분노했다. 운에 기대를 걸어 구매한 것이지만 공정함이 무너지고 실낱같은 희망이 깨졌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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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 눈 돌리는 2030… "내 집 마련 등 꿈과 희망"━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로또를 구매하는 사회초년생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한 복권 판매점. /사진=정원기 기자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꽤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했다. 기자가 로또를 구매한 짧은 시간 동안 10명 가까운 사람이 판매점을 오갔다. 이 판매점은 이른바 '명당'으로 불린다. 지난 3월 진행된 1057회차에서 2등만 103건이 동시에 당첨됐기 때문.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는 직장인 신모씨(남·27)는 "은행 업무가 있어 잠깐 나왔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또를 구매했다"며 "당첨자가 많이 배출된 곳이라 왠지 모르게 기대된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는 "첫 월급을 받았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며 "수습기간 3개월 동안 원래 임금의 80%를 받았는데 노동으로는 집을 살 수 없겠구나 확신했다"고 낙담했다. 이어 "현실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당첨을 바라는 처지"라며 로또 구매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로또에 '내 집 마련'과 '생활고 탈출' 등 다양한 꿈과 희망을 건다. 사회초년생들이 로또 조작 의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복권을 불신한다는 김모씨(남·30대)는 "상식적으로 한 곳에서 2등 103건이 동시에 당첨되는 게 말이 되냐"며 "어느 생각 없는 사람이 확률 게임인데 똑같은 번호로 수십, 수백장을 구매하겠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규모 방청객이 모였을 때 당첨자는 5명으로 확 줄었다"며 "10~20명이 심심찮게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당첨자가 3분의1 정도 줄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로또 추첨 방송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방청객을 많이 초청해도 조작 의혹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과거 주택복권 추첨에 사용됐던 화살 쏘기 방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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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절대 불가"… 복권 판매 증가 고려해야━
동행복권은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을 진행하는 등 조작 의혹 해소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13일 기자가 직접 구매한 로또. /사진=정원기 기자
로또는 확률 게임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증가하면 당첨자가 많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복권 연간 판매액은 지난 2010년 약 2조5255억원에서 지난해 약 6조4292억원으로 150% 넘게 증가했다.
당첨자 수도 변화를 보였다. 지난 2010년 12월 진행된 418~421회차에서 당첨자는 각각 8명, 3명, 8명, 5명으로 모두 10명을 넘기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12월에 열린 992~995회차에서는 10명 이상 당첨된 경우가 2번 나왔다.
지난 10일에는 조작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로또 추첨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평소 추첨방송에는 15명의 일반인이 참관인으로 참석하지만 지난 1071회에는 이레적으로 150명이 참관인으로 선정됐다.
이 관계자는 "참관행사를 통해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추첨방송에 직접 참여해 로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방송 시작 전 추첨볼 세트가 봉인되는 과정과 볼의 무게·둘레 규격 측정 등 로또 추첨 과정을 참관인이 직접 볼 수 있었다.
과거 주택복권 추첨 방식으로 사용된 화살 발사식에 대해선 "45개 숫자를 적어야 하는데 경계에 화살이 맞으면 불분명하다"며 "같은 판을 사용해서 계속 추첨하는 경우에는 추첨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금 복권도 과거엔 화살로 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공기 부양식으로 추첨 방법을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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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로또 당첨 확률 직접 확인해보니..."━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로또 번호를 고를 때 각각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이 조건에서 로또 당첨 확률을 분석한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로또 번호를 고를 때 각각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1"이라며 "직접 카이제곱검정을 이용해 검증한 결과 무작위라는 가설을 기각할 수 없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카이제곱검정은 어떤 가설에 바탕을 두고 계산되는 이론치와 실제치의 적합도를 검정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그는 "이번 조건에서는 카이제곱값이 27.7로 나타나 충분히 작은 값"이라며 "무작위적으로 랜덤하게 당첨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작 가능성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RFID 칩에 철 성분이 있어 아주 강한 자석을 가져다 대면 칩이 움직일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외부 자석에 의해서 미치게 되는 힘이 거리에 따라 급격히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로또 추첨기 '비너스'의 조작이 이뤄지려면 굉장히 큰 자석이 아주 가까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
시민들이 가장 큰 의혹을 제기하는 '대규모 당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당첨 확률은 동일하게 랜덤하지만 사람들이 선호하는 숫자는 무작위적이지 않아 우연히 대규모 당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조작 음모론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가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올 때"라며 "그런 경우 사람들이 선호하는 숫자가 많이 나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일로 번호를 고르는 경우가 많았을 때 1~31까지의 숫자로만 번호가 선정되면 대규모 당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의외로 1~6개만 적는 사람이 많고 로또 용지에 일렬로 적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계산한 결과 우연으로라도 당첨되면 1등 당첨금은 1000만원도 안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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