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쇠퇴와 학교 수급 불균형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도심은 학생 수 부족으로 통·폐합이 이뤄지는데 비해 개발이 진행 중인 신도시는 과밀학급 문제를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1) '반값 아파트'면 뭐해… 초등학생 등굣길 '1시간'
(2) "우리 애 어느 학교 보내요?" 4만명 사는데 초등학교 2곳
(3) 아파트 따로 학교 따로… 고통받는 아이들
"A아파트 계약자인데 입주 후 학교 배정은 어디로 받나요? 초등학교 신설 확정이라고 해서 분양받았는데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해서 전매를 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일생 최대의 소비인 내 집 마련에서 '교육 인프라'는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 중 하나다. 자녀 양육 세대에는 교육 서비스의 질을 위해 인프라가 필요하고 자녀가 없더라도 단지 내 학교 유무가 집값 상승 등 가격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새 단지명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학교 배정 문제와 관련,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문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분양가 산정 과정의 진통에 이어 공사비 상승과 공사 중단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해 일반분양을 완료했지만 입주가 1년 반 남은 시점에도 여전히 단지 내 학교 설립·이전 문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해 조합원과 일반분양 계약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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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1년 반 남은 둔촌주공 중학교 설립 난관━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를 허물고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신도시 규모를 과시했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보다 2522가구가 더 많다.둔촌주공 단지 밖을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에만 한 시간 이상 소요될 만큼 넓다. 동에 따라 지하철 둔촌동역과 둔촌오륜역은 물론 초·중·고교 등의 인프라 접근성이 달라진다. 현재 단지 내 둔촌초와 위례초는 공사기간 동안 휴교 상태이고 동북중·고는 정상 등교하고 있다.
단지와 도로 하나 거리에 ▲보성중·고 ▲둔촌중·고 ▲한산초·중 ▲선린초 등이 있지만 이미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있고 둔촌주공 재건축 전후 가구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남에 따라 학교 부족 문제는 예견된 수순이다. 보성중·고의 경우 현재 학급당 학생 수가 24.0명으로 서울시내 전체(23.0명)와 송파구 관내(23.2명) 평균보다 많다.
하지만 둔촌주공은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중학교 설립 '부적정' 판단을 받았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는 학교 신설뿐 아니라 이전, 증축 등의 신청 내용에 대해 심사를 진행해 허가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요 추정에 따라 설립 부적정이 결정되면 사업 내용 변경 등이 아닌 경우 재심사가 불가하다"면서 "학교 설립과 이전 문제가 주택을 짓는 것보다 쉽지 않다 보니 (학교) 배치 등에 있어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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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설립도 이전도 어려워━
둔촌주공은 학생 수 부족으로 학교 통·폐합 논의가 제기된 용산구 소재 보성여중·고의 이전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둔촌주공 인근 보성중·고 역시 1기 신도시 개발이 시작된 1989년 2월 종로구 혜화동에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2020년 보성여중·고 이전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가 철회됐고 현재는 남녀공학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최근 고덕강일3공공주택지구의 학교 부족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는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지난 3월 이주호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를 만나 학교 신설이 안될 경우 다른 지역의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해 줄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학교 이전의 경우 설립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학교 이전 시 기존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지역이기주의로 비치기도 한다. 실제 보성여중·고가 소재한 용산이나 둔촌주공 인근에 학교 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리자 주민 민원과 항의가 빗발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도심 쇠퇴로 주택가가 적은 용산·중구의 경우 중·고교생들이 차로 왕복 한 시간 이상 통학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이전 논란에 대해 강동구 관계자는 "학교 신설뿐 아니라 기존 학교의 이전, 통·폐합, 남녀공학 전환 등 허가 권한이 교육청에 있어 학교 문제에서 자치구의 역할은 주민 민원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기관 간 협의를 통해 전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 수가 적다고 해서 학교가 필요 없는 게 아닌 만큼 학교 이전 요구는 지역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고 자치구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립학교 이전의 경우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교육지원청이 신청 내용을 검토해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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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마다 학교 문제 걸림돌━
최근 수년 간 택지개발뿐 아니라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학교 설립·이전 문제는 분쟁거리로 부상했다. 1978년 입주한 3930가구 규모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조합이 당초 단지 내 신천초등학교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을 각각 새로 지어 기부채납키로 서울시와 합의했다. 이를 담은 정비계획이 심의를 통과해 신축한 학교 부지와 건물을 교육청에 양도함으로써 부지를 서로 교환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땅에 지방 교육청 소유의 학교가 소재한 경우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신천초 부지가 교육부 소유 국유지라는 사실에서 불거졌다. 1959년 설립된 신천초를 비롯해 국내 고령 학교들의 건물 소유권은 1991년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지방 교육청의 몫이 됐지만 부지는 교육부 소유 국유지로 남아 있다. 현행 '국유재산법 시행령'에 따라 부지 교환 상대방이 건물을 신축하고 해당 건물을 교환으로 취득할 때는 사유재산과 국유재산을 교환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조합 측에 학교 부지 교환과 신축이 불가하다는 회신을 보냈다.
학교 이전이 불가하게 돼 사업시행계획서상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해야 해 사업이 더욱 미뤄질 수 있다. 조합 관계자는 "학교 이전에 관한 조합원 간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조합원들이 원하는 곳으로 학교 위치를 최대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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