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이 HMM을 인수해 기존 물류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노린다. 사진은 LX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는 LG 광화문빌딩. /사진=김창성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M&A 적극적인 LX, 구본준의 청사진은
②2% 부족한 하림·동원의 마지막 키 HMM
③몸값 최소 5조, 누가 품어도 신용도 타격
LX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LX그룹을 이끄는 구본준 회장은 HMM 인수로 기존 물류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LG그룹 의존도를 낮춰 독자생존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재계 서열 44위 LX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15위까지 도약이 가능하지만 인수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LX그룹의 몸집을 키우고 있는 구 회장의 전략이 주목받는다.
LG서 계열 분리 2년, 활발한 몸집 불리기
LX그룹은 지주사인 LX홀딩스가 주축이다. 그 아래 LX인터내셔널·LX하우시스·LX세미콘·LX MMA 등 4개사를 자회사로 뒀고 손자회사로 LX판토스(LX인터내셔널 자회사)가 있다.
지난 5월 창립 2주년을 맞은 LX그룹은 2021년 LG그룹에서 독립한 뒤 구본준 회장의 지휘 아래 꾸준히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LX그룹이 LG그룹에서 독립할 당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가득해 누구도 경영환경을 장담하기 힘든 시기였지만 구 회장은 과감한 결단으로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LX인터내셔널은 올 초 한글라스(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04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4월에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를 85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LX세미콘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설계회사인 텔레칩스 지분 10.9%(267억원)를 취득하며 2대 주주가 됐다. LX판토스는 같은 해 북미 물류업체 트래픽스에 311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SKC·대상과 생분해 플라스틱(PBAT)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부산 친환경 물류센터 개발 및 운영 사업 등에도 참여했다.
LX그룹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인수전에 나섰다. 사진은 HMM의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외형 확대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경영 체제를 구축한 LX그룹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2734억원이다. 계열 분리 이전인 2020년 말의 8조930억원보다 40%가량 늘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LX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이자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자산 규모 재계 순위는 44위다.


LX그룹은 출범 2년 동안 몸집을 키웠지만 내실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계열 분리됐지만 여전히 LG그룹 의존도가 높아 독자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구 회장이 계열분리 뒤 적극적인 M&A로 사세를 넓힌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1조원대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삼성전자에 이은 올레드(OLED)용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 세계 시장점유율 2위 업체다.
공격적인 성장전략, 관건은 자금력
LX그룹 출범 때부터 1등 DNA와 개척정신을 강조한 구 회장의 레이더에 HMM이 포착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외형 성장으로 몸집을 불렸지만 이제는 기존 회사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HMM을 품어 질적인 성장도 이루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사업 다변화에 속도가 붙고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확신에서다.

물류 사업이 중심축인 LX그룹은 종합상사 LX인터내셔널과 물류대행사 LX판토스를 거느렸다. HMM을 품으면 LX그룹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LX인터내셔널은 국내 최대 종합물류회사로 도약해 육상과 해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LX그룹을 이끄는 구본준 회장이 HMM 인수로 기존 물류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사진=LX그룹
LX판토스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컨테이너선을 적극 활용하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주도할 수 있다. LX판토스가 범 LG계열의 물류를 도맡고 있는 만큼 HMM 인수를 위한 LG그룹의 지원사격 가능성도 높다.
구 회장 전략 실현의 관건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8조원까지 평가받는 HMM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LX그룹의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2조5000억원 규모다. HMM 몸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 회장이 계열사 등을 동원해 자금을 최대한 마련하고 HMM 자산을 담보로 부족한 인수 자금을 대출받는다 해도 이후 연간 수 천억원의 이자까지 감당해야 해 HMM 인수가 되레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MM을 품기 위한 구 회장의 장기적인 청사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LX그룹의 HMM 인수 주체로 나선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HMM에 대한 실사가 진행 중인 만큼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바가 없다"며 "구체적인 인수 전략이나 앞으로의 사업계획 등도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