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구본길(왼쪽부터),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9.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항저우(중국)=뉴스1) 서장원 기자 = '펜싱 코리아'의 금빛 질주가 마지막 날엔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 6개를 안기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 마지막 일정인 29일 여자 사브르 단체전과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 사브르는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고, 남자 에페 역시 준결승에서 만난 일본에 무릎 꿇으며 동메달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 한국 펜싱이 거둔 성과는 놀라웠다.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 등 총 12개의 메달을 따냈다. 개막 전 대한체육회가 예상한 금메달 4개를 상회하는 수치다. 4개 대회 연속 종합 1위도 유지했다.
최인정이 27일 중국 항저우 디안즈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메달 수여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최인정은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까지 석권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2023.9.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다관왕도 배출했다. 여자 에페 최인정(계룡시청)과 남자 사브르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제패하고 2관왕에 올랐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은 통산 아시안게임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역대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뤘다.
이밖에도 여자 에페는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맥을 캤고, 개인전에서 45년 만에 노메달에 그친 남자 플뢰레는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메달 기대가 거의 없었던 여자 플뢰레도 단체전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획득하며 국제 무대 경쟁력을 입증했다.
대한민국 펜싱 남자 플뢰레 대표팀이 27일 중국 항저우 디안즈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 메달 수여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세리머니 하고 있다. 2023.9.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아시안게임 개막 전 참가한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 더 의미가 깊다.
한국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금4·은1·동4)에 밀려 2위로 마쳤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2차례(2020, 2021년 제외) 연속 종합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터라 충격이 컸다.
이후 아시안게임 전초전 격인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종합 7위(은1·동2)에 그치면서 2017년부터 지켜오던 '톱3'에서도 밀려났다. 개인전 입상자가 없었고,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남자 사브르의 단체전 5연패가 좌절되는 등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위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한국은 아시안게임 시작 후 보란듯이 최고의 성적을 내며 실력으로 우려를 씻었다.
송세라를 비롯한 여자 에페 선수들이 27일 중국 항저우 디안즈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23.9.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또한 역대 아시안게임 통산 메달에서 중국을 제치고 펜싱 최다 금메달 국가로 우뚝 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총 46개의 메달을 딴 한국은 이번 대회 6개의 금메달을 더해 총 52개가 되며 49개의 중국을 앞질렀다.
아시안게임에서 화려하게 비상한 한국 펜싱은 이제 1년 뒤에 있을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한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기량을 유지하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최인정과 허준(광주시청) 등 베테랑의 빈 자리를 채울 젊은 선수들을 발굴한다면 올림픽 무대에서도 충분히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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