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 출입문에 대부업체 스티커가 붙어 있다./사진=뉴스1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3개월 전인 3월 말(1033조7000억원)과 비교해 9조5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1조원 늘어 역대 최대 수준인 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 새 3조2000억원이나 불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로 2014년 3분기(7∼9월·1.31%) 이후 8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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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자영업자 연체율 9년여만에 최고━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구분해서 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1분기 1.6%에서 2분기 1.8%로 0.2%포인트 올랐다. 2014년 1분기(1.9%) 이후 9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2.2%)도 3개월 만에 0.4%포인트 더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2.4%)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1.2%로 2015년 3분기(1.2%) 이래 7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연체율이 이처럼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원에서 2분기 125조2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 역시 187조2000억원에서 200조9000억원으로 13조7000억원 급증했다. 저소득·중소득 자영업자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조짐은 2금융권에서 뚜렷한 모습이다.
2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41%, 2.91%로 집계됐다. 3개월 만에 은행에서 0.04%포인트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37%포인트나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6년 3분기(0.43%) 이후 6년 9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15년 4분기(3.05%)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2.52%), 저축은행(6.42%),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97%)의 2분기 연체율이 3개월 새 0.30%포인트, 1.25%포인트, 0.17%포인트씩 높아졌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16년 3분기(6.91%)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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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 부실 문제, 금융업 전반으로 커지나━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의 부실이 터질 경우 금융 시스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뇌관으로 지목된다.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743조9000억원으로 3개월 새 6조4000억원 늘었다. 이는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변동금리 비중으로 최신 추정치인 64.5%를 적용한 결과다.
전체 자영업자의 경우 금리가 앞으로 0.25%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총이자는 1조8000억원, 대출자 1인당 이자는 연 58만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경숙 의원은 "고금리로 자영업자들의 상환 악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고금리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부채 문제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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