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긴축 기간을 묻는 질문에 "어느 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개월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고 이는 6개월보다 더 걸릴 수도, 덜 걸릴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4·5·7·8·10월에 이은 7차례 연속 동결이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오늘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도 2%대 초반이고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4년 연속 2% 이하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은 2% 정도로 보고 있는데 성장률이 그 수준으로 가면서 GDP 갭도 축소되고 있다고 본다. 국제적인 기준에서 2%대 성장률은 나쁜 성장률은 아닌 상황으로 판단한다.
-올해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내년이 통화정책을 하기에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나.
▶올 한 해 평가는 총재 임기가 끝난 후 한꺼번에 말씀드리겠다. 내년 물가가 높고 금리도 높기 때문에 경제 전체보다는 금융 취약계층과 빚을 많이 낸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나라 전체로는 2% 성장률이 너무 낮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성장률이 낮아서 부양하고, 금리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냐고 물으시면 제 대답은 '아니다'다. 섣불리 부양하다 보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도 있다.
성장은 중장기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지 통화·재정정책으로 할 문제는 아니다. 내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분들은 재정정책으로 타깃 해 도와줘야 하고 부양책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시면 현 단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별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은.
▶여섯 분 모두 오늘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그 수준에서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여섯 분 중 두 분은 물가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네 분은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효과 지속성, 향후 국제유가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이 있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한다는 문구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고 바꿨다. 상당 기간을 6개월 정도로 해석해왔는데.
▶상당 기간을 6개월로 해석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개월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이고 이는 6개월보다 더 걸릴 수도, 덜 걸릴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로 수렴하는 시기는 언제로 전망하나.
▶현재 성장률, 물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말이나 2025년 초쯤 물가 상승률이 2% 초로 수렴할 것으로 본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내년 상반기 중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영국 등에서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는 것을 잘 안다. 국제결제은행(BIS) 회의나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확실히 시장이 앞서가는 것 같고,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3분기 가계신용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 효과가 무력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는데.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정부가 끝나고 해당 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또한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속도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줄여나가야 한다. 급격히 절대액을 줄이려고 하면 성장둔화, 금융 불안 등 금융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데 금융안정 영향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들여다보며 조사하고 있다. 금융안정의 문제라기보다는 불완전판매 등 금융권과 소비자 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단기 자본시장이나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줄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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