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의현 우시산 대표가 업사이클링 사업을 확대한다. 사진은 우시산이 만든 환경 동화책을 선보이는 변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는 폐자원을 재활용해 다양한 새 상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우시산의 의미다. 우여곡절 끝에 우시산을 정상궤도에 올린 변의현 대표(46)는 자원순환 네트워크와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고래와 바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데 기여하겠다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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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자원으로 생활용품 '뚝딱'… 고래 보호 앞장선 우시산━
우시산 본사가 있는 울산은 고래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울산 앞바다를 '경해'(鯨海·고래바다)로 기록했다. 지금은 해양생태계 파괴 등으로 고래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 귀신고래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발견되지 않는다. 우시산이 폐자원을 재활용해 고래 보호 상품을 만드는 이유다. 고래는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를 먹으면 소화하지 못하고 고통을 느끼다 죽는다.변 대표는 2015년부터 우시산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를 시작으로 갤러리, 기념품점 등을 거쳐 2019년부터 업사이클링 사업을 본격화했다. 고래가 인간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래를 보호하는 데 직접 도움을 주고 싶다는 변 대표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고래잡이 전진기지가 있던 울산 장생포에서 단순 지역 상품을 판매하는 기념품점을 운영하다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업사이클링 사업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우시산은 주로 플라스틱, 헌 옷을 재활용해 우산·담요·인형·텀블러 등 생활용품을 만든다. 플라스틱이나 헌 옷을 잘게 쪼갠 뒤 원사(실)를 뽑아 원단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업사이클링한다. 최근에는 폐안전모를 재활용한 경작업모 '리캡'도 출시했다. 일반 작업모보다 가볍고 단단하다. 고개를 숙이고 작업해야 하는 환경미화원 등에 유용한데 폐안전모로 새로운 안전용품을 만드는 기업은 우시산이 국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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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에 휘청… '돈쭐'로 기사회생━
인터뷰를 진행하는 변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위기는 뜻밖의 계기로 해결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2020년 대구·경북 지역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고래 관련 용품을 후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일명 '돈쭐'(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뜻으로 모범이 된 가게의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 당한 것. '착한 기업은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네티즌 반응 덕분에 당시 진행하던 크라우드 펀딩이 성황리에 마무리됐고 다수 회사로부터 후원금도 받았다.
변 대표는 "1000만원이 없어서 망하나 1억원이 없어서 망하나 똑같다는 생각에 창고에 있는 고래 관련 용품을 담아 대구·경북으로 보냈다"며 "의료진이나 봉사자들에게 시민 후원이 집중되고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없어 취약계층 아이들을 후원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망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 때문"이라며 "앞으로 장애인 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지원 활동을 펼쳐 보답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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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도 관심… 우시산의 신기업가정신━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변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우시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신기업가정신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물론 사회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기업가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대표 사례로 우시산을 꼽았다. 2019년에는 그룹 경영회의에서 우시산이 만든 텀블러를 사용하기도 했다.
변 대표는 최 회장이 언급한 신기업가정신을 지속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신기업가정신을 가진 대표가 있으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며 "한국에 우시산과 같은 좋은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개인적 목표"라고 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도 나설 것"이라며 "우시산을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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