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건복지협회 탑어스 경남지회 단장 박재현/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2019년 말 갑작스레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집계된 사망자 수만 3년간 3만 2,156명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자살한 사람들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은 3만 9,435명이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도 자살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 쓴 '하멜표류기'를 보면 병자호란 당시 산에서 목을 매달아 죽은 사람의 수가 전쟁에 나가 목숨을 잃은 수보다 많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살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팽배했던 시대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을 동정했더란다. 오늘날 우리는 OECD 국가 중 압도적 자살률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군 이래 어떤 때보다 태평성대라는 요즘에도 어떤 이들은 홀로 남모를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22년 창원시 청년 통계에 따르면 15세부터 34세 청년 중 5.7%가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27.6%)'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직장문제(실직 포함)(18.7%), 학교 성적 또는 진학 문제(17.0%)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청년들이 다른 것보다도 직장을 구하고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리는 데서부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들이 겪는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무엇보다 탄탄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창원시에서는 청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 자격증 시험 응시료 지원,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심리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의 경우에는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청년마음단디센터에서 마음 건강 상담, 마음 건강 검사, 그룹인지행동치료,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지회에서도 경남청년센터와 협약을 맺고 청년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또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면밀히 들여다보려는 집단적인 노력이 촉구된다. 정부는 지난달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혁신위원회를 설립한 뒤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살을 심각한 인구 문제이자 재난으로 간주하고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것이다.
살기 좋은 세상은 다름 아닌 청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일 것이다. 이 둘은 무관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갈등이 만연한 세상 속에 청년이 바로 서서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더욱 이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탑어스 경남지회 단장 박재현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