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스1
새해 들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을 도입함으로써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일(26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스트레스 DSR 제도가 도입된다. 주담대를 신규 취급할 때뿐만 아니라 대환(갈아타기)과 재약정(연장)을 할 때에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현재 은행은 40%, 비은행은 50%가 적용되고 있다.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은행에 매년 갚아야 할 대출의 원리금이 20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오는 26일부터 적용되는 스트레스 DSR은 기존 DSR 규제에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금리로 적용하는 제도다.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한다는 취지인데 대출자의 소득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가 더 붙어 연 이자가 늘어 대출 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규제 비율 이내로 DSR을 맞추려면 대출 원금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변동형 주담대를 시작으로 올 6월부터는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 연내엔 모든 대출에 스트레스 DSR 제도를 확대 시행한다.
━
스트레스 DSR 가산금리는 어떻게 적용되나━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았던 수준의 가계대출 금리에서 현 시점의 가계대출 금리를 뺀 값이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산정한다.대출 방식에 따라 스트레스 금리가 차등 적용된다. 변동형 주담대에는 100%,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에는 최대 6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출 금리가 5%이고 스트레스 금리가 1.5%인 경우 변동형으로 주담대를 받으면 대출 한도 산정 시 금리 6.5%(5%+1.5%)가 적용된다. 혼합형 주담대의 경우 가산금리 1.5%의 60%인 0.9%가 더해져 5.9%(5%+0.9%)가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데 적용된다.
혼합형 주담대는 5년간 고정금리가 반영되는 만큼 금리 변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산금리를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으로 적용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다만 스트레스 금리에 상·하한선을 둬 최소 1.5%포인트에서 최대 3%포인트를 적용한다. 5년 내 최고금리에서 현재금리를 뺀 값이 1.5%포인트보다 적어도 1.5%포인트를, 3%포인트보다 커도 3%포인트까지만 적용한다는 얘기다.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적용 비율도 점차 확대된다. 올 상반기 중에는 스트레스 금리의 25%, 하반기 중에는 50%만 적용되며 내년부터 100%가 적용된다.
━
연봉 5000만원 직장인, 주담대 한도 5000만원 '뚝'━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인해 주담대 한도는 얼마나 줄어들까.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연 5.04%의 금리로 30년 만기 분할상환 방식으로 변동형 주담대를 받으면 대출한도는 3억3000만원이 나온다.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가산금리를 1.5%포인트로 가정할 경우 스트레스 금리의 25%(0.375%포인트)가 적용되는 올 상반기에는 대출 한도가 3억1500만원으로 1500만원(4%) 줄어든다. 50%(0.75%포인트)가 적용되는 하반기에는 대출 한도가 3억원으로 3000만원(9%) 줄어든다.
스트레스 금리가 100%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주담대 한도가 2억8000만원으로 5000만원(16%) 감소한다.
혼합형이나 주기형 대출을 받은 같은 조건의 차주(고정기간·변동주기 5년 가정시)라면 대출한도 감소폭은 올해 상반기 2~3%, 하반기 3~6%에 이어 내년에는 6~10%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받는 관행를 확립함으로써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1768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조5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새해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1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3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 증가폭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보다 큰 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한은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1월 기준 역대 두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
변동 vs 고정… 주담대 금리 선택 두고 고심━
스트레스 DSR 도입과 올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금융소비자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현재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고정형보다 0.7%포인트 높은 상황이지만 올 하반기 기준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에 금리 인하가 반영되는 변동형으로 주담대를 받는 게 향후 상대적으로 이자부담이 더 낮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2일 신규 코픽스 기준 3.960~6.683%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300~5.873%로 변동형 상품보다 금리 상·하단이 각각 0.813%포인트, 0.66%포인트씩 낮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는 만큼 대출 만기가 길지 않을 경우 고정형으로 대출을 받는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변동금리가 내려가면 그때 대환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면서도 "주담대의 경우 3년 이내에 대출을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 등이 발생해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