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 사진=LG에너지솔루션
━
▶글 쓰는 순서①'태세 전환' 美에 K-배터리 난감… LFP 사업화도 '하세월'
②"배터리 가격·성능 모두 잡아야"… 해법 떠오른 망간 활용
③전망 밝은 ESS… 고질병 '안전성' 확보는 어떻게
━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자국 정부의 지원과 대규모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며 '안방 호랑이'라는 평가를 받던 중국 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한국산 배터리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비(非)중국 시장에서 활약하던 한국 배터리는 더 이상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한층 심화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망간'을 활용,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성능 개선에 나섰다.
━
중국에 밀린 한국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합산 점유율은 23.1%로 전년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중국 기업인 CATL은 점유율이 36.2%에서 36.8%로 0.6%포인트 상승하며 1위를 지켰다. BYD도 13.9%에서 15.8%로 점유율을 늘리며 LG에너지솔루션(14.1%→13.6%)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7위였던 CALB(3.6%→4.7%)도 삼성SDI(4.7%→4.6%)를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중국 배터리의 입지가 커졌다. CATL은 비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27.5%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1위인 LG에너지솔루션(27.8%)을 바짝 추격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를 위해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있다. CATL 배터리는 테슬라 모델 3·Y(중국산 유럽, 북미, 아시아 수출 물량)를 비롯해 BMW, MG, 메르세데스, 볼보 등 메이저 완성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차량에 탑재된다. 한국의 현대차도 신형 코나와 기아 레이 전기차 모델에 CATL 배터리를 사용한다.
CATL을 비롯해 중국 업체들이 주력하는 배터리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이며 한국 업체들의 주력 제품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00~400km로 NCM(400km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원재료의 매장량도 풍부하다. 니켈과 코발트는 세계 매장량이 각각 약 9000만톤, 710만톤인 반면 철은 1700억톤이다. 가격 역시 니켈은 톤당 1만7000달러대인 반면 철은 톤당 120달러대 수준이다.
최근엔 기술적으로도 LFP 배터리의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LFP 배터리 약점으로 꼽히던 낮은 에너지 밀도는 CTP(셀투팩), CTC(셀투섀시) 등 배터리 용량을 추가하는 공간 기술로 극복하고 열관리시스템·첨가제 등으로 저온 주행거리 격차도 10% 내외로 축소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5년 전만해도 중국의 LFP 배터리 기술은 내수 시장을 위한 저가 배터리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삼원계 대비 기술적으로 크게 부족함이 없다"며 "LFP 양극재는 전기차 한대당 필요한 원가가 삼원계 대비 30~50% 수준으로 낮고 기술적으로 동등한 상태이기 때문에 저가 배터리 확산의 첨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
망간으로 가격 경쟁력·안정성 확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제조 원가는 낮추고 성능은 더 낫게 개선해야 한다.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것은 망간리치(하이망간)와 LMFP(리튬·망간·인산·철) 배터리 등 망간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망간리치 제품은 기존 NCM 배터리에서 가격이 비싸고 수급이 불안정한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비중을 줄이고 망간의 비율을 높인 것을 말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 2월23일 기준 톤당 1만7180달러이며 코발트는 톤당 2만8170달러를 기록했다. 망간은 톤당 1130달러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다. 망간리치 배터리는 중국의 LFP 배터리대비 가격이 10%가량 비싸지만 성능은 기존 NCM과 비슷한 수준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원재료 수급 리스크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NCM 핵심 재료 중인 코발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51%를 콩고민주공화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독재와 내전, 광공업분쟁, 아동 노동 착취 등의 문제로 수급이 순조롭지 않다. 리튬도 전 세계의 생산량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가공하고 있어 공급망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망간리치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삼성SDI와 SK온은 리튬·니켈·망간으로 구성된 NMX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모회사인 LG화학도 망간리치를 비롯한 중저가 양극재 제품군으로 사업 확장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MFP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중저가 모델을 확대하려는 추세에 맞춰 LFP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중국의 LFP 배터리보다 성능이 우수한 LMFP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LMFP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서 철의 일부를 망간으로 대체한 게 특징이다. LMFP는 기존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20%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LMFP 배터리 생산 시점을 2027년으로 예고했다. 삼성SDI·SK온 등도 미들급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