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게리 벤체기브가 만든 '선가이 디자인'의 폐플라스틱 의자 ⓒ 뉴스1
(김포=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변화 운동가가 SNS 인플루언서라면 어떨까. 기후위기를 적절한 방법으로 홍보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빠르게 기후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 구독자 1446만 명의 그레타 툰베리가 있다면 아시아에서는 프랑스 출신 환경운동가 게리 벤체기브(28)가 있다. 9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게리 벤체기브는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올린 영상은 기본 100만 회가 조회되며, 최대 5000만 회가 넘은 것이 있다.
그의 영상은 한결같다. 인도네시아의 하천과 강, 해변의 쓰레기를 발견하고, 며칠이 걸리더라도 그걸 다 치운다. 과도한 의미부여나 '환경 오염을 시키지 말라'는 계몽적인 메시지보다는 '내가 사는 지역을 가꾸고 사랑하자'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프랑스인 환경운동가 게리 벤체기브의 환경정화활동 ⓒ 뉴스1
가족을 따라 7세 때 인도네시아로 이주한 게리 벤체기브는 한국 나이로 중학생 때인 14세 때 지역 환경 정화활동을 시작했다.이런 활동을 촬영해 2017년 다큐멘터리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강'을 개봉했다.
처음부터 그의 활동이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2020년 전후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폭발하자 그의 이런 활동이 크게 부각됐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플라스틱 오염국인데, 더 늦기 전에 환경 정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SNS의 영향력을 깨달은 게리 벤체기브는 함께 활동해 온 두 동생과 함께 환경 활동단체 '선가이 워치'(Sungai Watch)를 설립하고 환경 정화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의 활동은 '쓰레기 줍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수거한 쓰레기 중 폐플라스틱을 따로 모아 의자를 제작했다. 이름은 인도네시아 어로 '파도'를 뜻하는 '옴박'이라고 지었다. 폐플라스틱이 떠다니지 않는 깨끗한 바다의 파도를 보고 싶다는 의미다. '옴박'은 개당 비닐봉지 2000개 분량의 폐플라스틱이 사용됐다.
게리 벤체기브는 이런 친환경·탄소중립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아시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30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제로 웨이스트의 날'이다. 이 글을 본 독자라면 오늘은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써보면 어떨까. 한 번의 실천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으나, 한 번에서 시작한 실천이 우리 중 누구를 노벨상으로 이끌지 모르니까 말이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