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총 보고 놀라'… 美경찰, 13세 미얀마 소년 사살

미국 경찰이 장난감 총을 진짜 총으로 오인해 13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티카 시청에 경찰에 의해 총에 맞아 사망한 13세 소년의 어머니가 통역가의 말을 듣고 울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 경찰이 장난감 총을 진짜 총으로 착각해 13세 미얀마 소년을 사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AP통신은 미국 뉴욕주 유티카 경찰이 전날 밤 10시 청소년 두명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13세 미얀마 소년 한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주택가를 순찰하던 경찰관 3명은 10대 청소년 두명을 발견하고 멈춰섰다. 이때 한 경찰관이 "무기를 소지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그들을 두들겨 패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다가오자 한 소년이 도망을 치며 가지고 있던 장난감 권총을 경찰에게 겨눴다. 이에 대응해 경찰관이 총을 쐈고 소년은 가슴 부위에 맞았다. 소년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소년이 들고 있던 장난감 총은 '글록17 5세대' 권총과 유사한 복제품이었다. 경찰은 최근 발생한 강도 사건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 이들을 제지했다고 밝혔다.

유티카 경찰 대변인 마이클 컬리 경위는 문제의 모형 권총에 대해 "글록 표시와 특징, 분리할 수 있는 탄창과 일련번호 등 모든 면에서 진짜처럼 보였다"며 "하지만 연지탄이나 BB탄만 발사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총격 당시 상황을 담은 보디캠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 속 경찰관들은 소년의 모형권총을 보고 "총이다"라고 외쳤고 한 경찰관이 소년을 쓰러뜨리고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다른 경찰관이 소년에게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경찰관들이 규정을 지켰는지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주 검찰총장은 총격이 정당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자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숨진 소년은 미얀마에서 태어난 카렌족 난민 출신 니야 므웨이로 알려졌다. 인근 중학교 8학년생(한국의 중학교 2학년)으로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유족 측은 그가 총에 맞을 당시 이미 경찰에게 제압당해 땅에 누워있던 상태였음을 감안해 이번 사건을 부당 살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소년의 친척은 "미얀마에서 분쟁과 폭력에 시달리다가 평화로운 삶을 꿈꾸고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미국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살인한 것"이라며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을 쏜 경찰관은 임관 6년 차인 패트릭 허스나이로 확인됐다. 이 일로 함께 출동한 다른 경찰관 2명과 함께 유급 행정휴직 처분을 받았다. 마크 윌리엄스 유티카 경찰서장은 "모든 사람에게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고인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