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생존자가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틀고 머리에 대고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들이 23일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에서 현장감식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생존자가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틀고 구조를 기다렸다고 밝혔다.
23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발생한 부천 원미구 소재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생존자 A씨는 이날 취재진에게 당시 상황을 밝혔다. 지난 22일 비상벨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A씨는 처음에는 화재가 아닌 줄 알았지만 객실 밖 연기를 보고 화재임을 알아챘다고 설명했다.

간호학과 실습을 위해 투숙 중이었던 A씨는 "비상벨이 네 번 정도 울렸다"며 "화재가 아닐 수 있어서 기다리다 문을 열었는데 복도 전체가 연기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연기가 자욱해 건너편에 있는 호실의 숫자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A씨는 화재를 인식한 뒤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자마자 밑에서 연기가 와 다시 창문을 닫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어머니와 119 소방대원의 전화 안내에 따라 화장실로 대피했다. 샤워기를 틀고 그 아래 머리를 댔다. A씨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수건으로 입을 막고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시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 A씨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지 1시간 후 기절한 채로 구조된 A씨는 구급차에서 산소를 마신 뒤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불이 난 후 안전 방송이나 완강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사망한 분들도 있는 걸로 안다"며 "딸은 샤워기를 틀고 머리에 대고 있어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저녁 7시39분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한 호텔 8층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