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디번 농장을 운영하는 마이클 디번씨가 옥수수 농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상상을 초월하는 넓은 대지에 무심히 씨를 뿌려두면 엄청난 양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모든 게 철저히 계산된 공법에 따른 것이다. 씨앗을 심는 간격, 물을 주는 시간과 양, 열매가 특정 위치에 특정 개수만 맺히도록 하는 유전자공학까지 어우러진 결과다.
자동화된 이동식 스프링클러가 옥수수밭에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미국곡물협회의 초청으로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소속 기자들은 미국 내브래스카주를 방문, 바이오에탄올 생산과 최종 유통망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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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로 시작한 바이오에탄올…이젠 탈탄소 대안━
미국은 현재 휘발유에 에탄올을 10% 섞은 'E10' 연료 사용이 의무화됐고 5%를 더 늘려 'E15'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다. 당시 흔한 작물인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으로 만든 에탄올을 가솔린에 희석해 사용해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고 사용을 시작하다가 2007년 의무화했다. 이 무렵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1997년)를 채택한 이후여서 탄소배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옥수수 농가는 남아도는 작물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길이 생겼고 정부는 외부의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열쇠를 쥐게 됐다.
옥수수 재배 방식을 설명하는 마이클 디번 농장주. /사진=박찬규 기자
디번씨는 "옥수수 줄기는 5인치 간격, 아랑(땅이 패인 고랑의 반대 개념)마다 30인치 간격을 유지한다"며 "16줄을 한 번에, 전체 면적 기준으로는 초당 12만개 씨를 심게 되는데 1시간이면 8마일(약 12.9km)을 심는 셈"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디번씨는 축구장 1800개 이상 면적의 농장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한다. 직원은 총 4명에 불과. /사진=박찬규 기자
이 같은 미국의 정밀농업은 경작시 탄소배출 저감효과로 이어진다. 밭도 갈아엎지 않는다고 한다. 흙을 뒤집는 과정에서도 땅에 있던 탄소가 배출될 수 있고, 갈아엎는 행위 자체도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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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에탄올 공장에서 동물 사료를 만든다━
옥수수 농장 인근엔 대규모 에탄올 공장이 있다. 사진은 그린플레인즈 우드리버 LLC. /사진=박찬규 기자
네브래스카주에서는 연간 33만5000톤의 옥수수를 가공, 바이오에탄올 23억갤런(약 87억리터)을 생산한다. 에탄올과 부산물인 주정박(DDGS)을 판매해 연간 45억달러(약 5조9895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공장에서는 100만부셸(1부셸=약 36리터, 약 50kg)의 옥수수를 처리하는 데 8일이 걸린다. 트럭이 옥수수를 운반해오면 잘게 부숴 가루로 만든다. 이스트와 섞어 발효하면 에탄올을 얻을 수 있는데 각 발효기에서 60~65시간을 거치면 17~18% 에탄올이 만들어진다. 이때 발생한 찌꺼기 일부는 철도를 통해 블랜더에게 보내 맥주 등급의 에탄올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옥수수를 가루로 만들어 이스트와 섞는다. 사진은 가루 샘플. 먹어도 되지만 맛은 없다. /사진=박찬규 기자
날마다 170~200대가량의 트럭이 옥수수를 실어 나른다.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는 코카콜라 등의 음료 회사에서도 탄산 제조를 위해 구매한다.
에릭 드리센 매니저는 "발효하고 남은 DDGS는 고단백 사료로 활용된다"며 "에탄올은 최종 95%로 생산되는데 여기서 수분을 제거하면 99.95%의 고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도체 등을 세척할 때도 고순도 에탄올이 필요해서 최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옥수수가 바이오에탄올로 변화하는 과정 샘플. /사진=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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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래스카 최대 주유소 기업도 에탄올에 '엄지척'━
지역 최대 주유소 기업 보셀만 엔터프라이즈도 방문, 오너인 찰리 보셀만 회장과도 만났다. 그는 바이오에탄올은 소비자에게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주장했다.보셀만 회장은 "바이오에탄올을 섞은 연료는 가격이 저렴해서 꾸준히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게다가 바이오에탄올 연료는 판매량에 따라 정부 인센티브가 있는데 이는 또다시 주유소에 투자하는 재원이 되므로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휘발유와 바이오에탄올의 혼합은 주유기에서 이뤄진다. 이에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정부의 정책으로 추가 투자를 위한 여력이 생겼다는 것.
찰리 보셀만 회장. 그는 다수의 주유소를 비롯 연관 사업을 하는 보셀만 엔터프라이즈를 이끌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그러면서 "처음 두 가지 연료를 팔았지만 현재는 다섯 가지 연료로 늘었고, 바이오에탄올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도 생겼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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