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업체가 공사비 리스크를 이유로 조단위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중견 건설업체들이 수도권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 12일 서울 중랑구 묵동 장미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진흥기업과 경쟁해 사업권을 따냈다. 동부건설과 진흥기업은 3.3㎡(평)당 공사비로 각각 739만원, 751만원을 제시했다. 총 공사비는 77억원 차이다.
1983년 100가구로 지어진 해당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0층, 234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참여형 소규모 재건축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들어 수도권 정비사업은 중견사들의 수주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한양은 지난달 1800억원 규모의 경기 고양시 행신 1-1구역 재개발을 수주했다. 지난 7월 부산에서 1000억원 규모의 삼보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한 지 한 달 만이다.
HJ중공업 건설부문도 이달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의 남양아파트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공사비는 900억원 규모로 303가구가 조성된다.
성북구 장위11-1구역(136가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SG신성건설이 수주했다. 당초 시공사였던 현대건설과 공사비 문제로 계약을 해지한 조합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SG신성건설과 손을 잡았다. 현대건설은 2021년 10월 해당 구역의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3.3㎡당 공사비를 897만원으로 요구하며 갈등을 빚다가 조합과 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은 지난 6월 새 시공사를 모집해 SG신성건설은 3.3㎡당 공사비를 현대건설 대비 137만원 낮은 760만원으로 제시했다. 인근 장위 11-2구역(160가구)도 3.3㎡당 공사비 750만원을 제시한 진흥기업으로 시공사를 교체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일원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두고는 진흥기업과 이수건설이 경쟁한다. 현장설명회에 이수건설과 KCC건설, 동양건설산업, 진흥기업 총 4곳이 참여했지만 지난 13일 시공자 선정 입찰 결과 진흥기업과 이수건설이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조합은 다음달 말쯤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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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사들 "브랜드 가치 높이는 핵심지 진입 목표"━
대형 건설업체가 공사비 리스크를 이유로 조단위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중견 건설업체들이 수도권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스1
중견사들이 저가 공사비를 제시하는 것은 이익 감소를 감안하고 향후 수주를 위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선택한다는 입장이나, 실제 공사비 분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주택사업 자체의 사업성이 높고 서울의 경우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지방에 비해 분양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형사 위주였던 수도권 사업을 확보할 경우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등에서 대형사 대비 지출이 적기 때문에 공사비를 낮출 수 있다"며 "자재 등도 상대적으로 저가를 선택하는 것이 원가 절감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 용어로 '깃발 꽂기'를 통해 인근 사업의 연계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사업 참여 유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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