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촉발된 불안정한 정국이 이어지며 부동산정책 추진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야권의 탄핵소추안 발의로 정국 혼란이 가중되며 부동산정책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와 1기신도시 선도지구 등 정부가 추진한 주요 주택공급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회 입법이 필요한 각종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법안 역시 여야 대립으로 표류 위기에 놓였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급 절벽에 대비한 14만가구의 공공주택 인·허가 승인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정국 불안으로 동력을 상실하면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국토부는 당초 지난 4일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해당 회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참여해 올해 주택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내년 계획을 정비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전날 비상계엄 선포와 이날 국회의 해제 의결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촐발되며 일정이 긴급 취소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 박 장관은 회의에서 "국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도로·철도·항공·교통·건설 현장 등을 정상 가동하라"고 당부했다.

경기 불황 장기화에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까지 이어지며 정부의 부동산정책 관련 회의는 상황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정부가 1기신도시 1차 선도지구로 지정된 지역들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선도지구 사업이 윤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에서 비롯된 만큼 현 상황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린벨트 해제 계획도 부동산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그린벨트 해제는 법 개정 사안이 아니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탄핵 정국이 뚜렷한 결론 없이 여야 대립 구도로 장기화될 경우 정책 지연이 예상된다.

이밖에 국회 입법이 수반돼야 할 공시지가 현실화 수정안과 정비사업 규제완화 정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그동안 정비사업 규제완화에 반대해왔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 입법 추진이 불가한 데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두고 대립이 이어지며 법안 상정이 미뤄질 전망이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찬반 문제를 떠나 대형 정치 이슈로 사실상 추진력이 멈춰선 상황임은 틀림없다"며 "부동산정책 실행에 걸림돌이 될 탄핵 정국 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 등 야권이 매주 탄핵소추안 표결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입법이 필요한 부동산 법안은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1기신도시 선도지구는 이미 발표됐고 내년 상반기 3만가구 공급계획은 시간이 남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