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하면서 시장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가상자산의 주요 고객인 젊은 세대를 공략해 뒤처진 점유율을 만회하겠다는 복안인데 순조로운 계좌 이동이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고령층 고객들이 많았던 농협은행 대신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데 연착륙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빗썸이 낸 실명계좌 발급은행 변경 신고서를 수리했다. 오는 3월24일부터 국민은행 계좌가 있어야 빗썸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다. 그동안 NH농협은행 계좌를 썼던 고객들은 새롭게 계좌를 트거나 국민은행 계좌를 인증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다르게 가상자산 거래 목적 계좌 개설이 어렵고 최초 이체 한도가 100만원으로 타행에 비해 현저히 낮아 고객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상자산에 관심 많은 2030세대를 공략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비해 국민은행은 20~30대 고객 비중이 높아 가상자산 주요 고객층에 더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수료 무료 정책 종료 이후 빗썸의 점유율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고객 기반이 호재가 될 공산이 크다. 2016년부터 군 장병의 급여통장과 연계되는 나라사랑카드를 운영하는 등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 확보에 특화됐다.

이 같은 변화는 점유율 회복을 노린 전략적 결정이지만 고객 이탈 가능성과 기존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빗썸은 계좌 변경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일 오전 9시부터 계좌 이동 사전 등록을 시작한다. 문제는 실명계좌 연동 과정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일부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다. 실명계좌를 개설하거나 연동하는 절차는 필수적이지만 이를 귀찮게 여기는 고객들로 인해 기존 이용자 유지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과거 업비트는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제휴 은행을 변경한 뒤 계좌 연동 고객에게 수수료 할인과 이벤트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이탈을 방지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부터 전방위적인 마케팅 활동에 힘쓴 빗썸은 고객을 위한 혜택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지만 과도한 비용 부담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이번 제휴 변경은 업비트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 80% ▲빗썸 20% 수준이다. 수수료 무료 정책 당시 30% 달했던 점유율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과의 협력으로 젊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성공하려면 고객 이탈 방지와 동시에 유인책 마련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