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 사진=고려아연
24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수 19명 이하 제한 설정 ▲발행주식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6개 의안이 가결됐다.
이사 선임안 표결에서도 ▲이상훈 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대표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 석좌교수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 와이만 선임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이재용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 ▲최재식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 고려아연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등 고려아연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 전원이 신규 선임됐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의 이사 후보는 모두 과반 득표를 얻지 못했다. 결국 이날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안건과 이사 후보가 모두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으면서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은 마지막 반격 카드로 꺼내든 '상호주 제한'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임시 주총 하루 전날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최 회장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모회사·자회사가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막았다.
다만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MBK·영풍은 영풍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상법은 국내 회사에만 적용이 되는데 SMC는 외국법인이고 유한회사여서 상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의결권을 제한하는 행위는 법 위반 소지가 다분다하는 게 MBK·영풍의 입장이다.
MBK 측 변호사는 "매우 위법한 행위,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 등 주총 결의 부존재 사유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MBK·영풍도 입장문에서 "오늘 임시주총의 위법적인 결과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소 및 원상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법적대응을 공식화했다.
재계에서는 MBK와 영풍이 주총결의효력정지 가처분 등의 법적 대응을 통해 임시 주총 결과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본안 소송으로 다툼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적법한 조치였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전날 MBK·영풍 측 법률 대리인이 위법성을 지적하자 "상법 상 상호주 규제, 예를 들어 상법상 자회사의 모회사 수익 취득 금지 규정은 국내 회사뿐만 아니고 외국 회사에서도 적용을 한다는 것이 통설이고 상법상 회사의 자회사에는 외국 자회사도 포함된다는 법무부 유권 해석도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결국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임시 주총에서 가결된 안건의 효력 여부를 비롯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이 판가름 나는 만큼 양측은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타협 가능성도 없고 양측 모두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의지가 강한만큼 법정공방이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라며 "어느 한쪽이 지더라도 결과에 불복해 상고 절차까지 밟을 가능성이 커 경영권 분쟁이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