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김민수 기자 =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주장하며 이웃 주민을 일본도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권성수)는 7일 오후 5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백 모 씨(38)에게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서 자유를 박탈할 필요성이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추가로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당초 백 씨에 대한 선고는 이날 오후 2시 30분 내려질 예정이었지만 일신상의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선고가 미뤄졌다. 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하고 구치소 인치가 불가능할 때는 피고인이 없이 재판이 가능하지만, 인치가 가능하면 진행이 어렵다.
백 씨 측은 심신미약으로 인한 치료 감호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준비 과정과 방법 등을 비춰볼 때 사실상 망상장애에 의해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미약했다 하더라도 형을 감경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사유와 양형 사유를 종합 고려할 때 치료 감호가 필요하다는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한다는 명목하에 무차별 살인을 의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도를 구입하는 등 구체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방법의 잔혹성에 비춰 보면 당시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그 재질이 극도로 불량하고 피고인의 책임이 엄중하다"며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심리 과정에서 보인 태도를 비춰 보면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참회와 유가족들에게 속죄를 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유가족 측을 대리하는 남언호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무기징역 판결을 하신 판단에 많은 아쉬움을 표한다"며 "피고인은 여전히 재범 가능성이 농후해 사회 복귀는 전혀 동의할 수 없고 무기징역이라 하더라도 가석방이 있을 수 있는 상태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백 씨는 지난해 7월 29일 오후 11시27분쯤 서울 은평구 아파트단지 앞 정문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를 신고하려던 40대 남성 A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백 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백 씨는 단지 내에서 A 씨와 자주 마주치면서 그를 중국 스파이로 간주, 집 안에 있던 일본도를 골프 가방에 넣어 숨긴 채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A 씨를 발견한 백 씨는 칼에 찔린 피해자가 도망가는 와중에도 그를 쫓아가 전신에 상처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도검을 허가받거나 정당한 용도 이외로 사용한 혐의, 범행 전날인 지난해 7월 2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손님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큰 소리로 욕설해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 직후 집으로 도주한 백 씨를 사건 발생 1시간 뒤 긴급 체포했다. 백 씨는 범행 이유에 대해 "국가 권력이 나를 사찰한다",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백 씨는 재판에 넘겨진 후에도 자신의 살인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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