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전년보다 R&D 투자 규모를 늘렸다. 주요 경영진의 갈등으로 R&D 투자 축소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대비된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R&D 투자금액은 2098억원이다. 전년(2050억원) 대비 2.3% 늘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13.8%에서 14.0%로 0.2%포인트 증가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분야는 비만치료제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약품도 성과를 낼 것이란 시각이다. 골드만삭스 등에 따르면 2023년 60억달러(8조6500억여원) 수준이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 1000억달러(144조 2000억여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사람들의 영양 과잉과 활동량 부족이 겹치면서 비만 인구가 늘고 있는 탓이다.
현재 한미약품은 H.O.P(한미 비만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은 한국인 맞춤으로 설계돼 글로벌 제약사 제품보다 국내 경쟁력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근 손실 등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도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장점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맞춤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같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비만치료제이지만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방식으로 위장관계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미약품의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코드명: HM15275)도 주목할 만하다. 해당 비만치료제는 GLP-1과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세 가지 수용체의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된 게 특징이다. 기존 비만치료제 부작용 중 하나인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이와 관련해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신약개발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미만이 잘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고유의 분야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혁신적 R&D 역량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선도하고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조속히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