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미국이 조선업 부흥의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찌감치 미국 현지에서 기반을 닦은 한화오션의 향후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지난해 4년 만에 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 미국발 호재를 등에 업고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매출액 10조7760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상선·특수선·해양선 등 전 사업 부문의 선전으로 견조한 영업이익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조선사들과 적극 협력에 나선 만큼 미국에 선제 투자를 감행한 한화오션의 성장은 가속화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2건을 수주했다.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과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에 대한 사업이다. 미국 해군 함정 MRO 시장의 규모는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화시스템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인수를 완료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미국 현지 조선소 소유주가 됐다. 필리 조선소는 미국 주요 해군 조선소들과 가까워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MRO에 최적화된 곳이다. 현재 미국 해군은 함정 생산 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향후 관련 사업 수주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도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한화오션의 필리 조선소 인수를 언급하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한화가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며 "(한화오션의) 자본과 기술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인재 확충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한화오션은 출범 당시 조지 P 부시 마이클베스트&프리드리히 로펌 파트너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조지 P 부시 사외이사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다. 미국 시장을 본격 확대하기 위한 영입이었다.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도 조지 P 부시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여기에 필립 레비 해양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지난해 4월 한화오션에 영입된 필립 레비 사업부장은 25년 이상 SBM 오프쇼어에서 근무한 글로벌 해양 사업 전문가다. 2020년에는 SBM 오프쇼어 아메리카스 사장, 한화오션에 오기 전에는 중국 국영 해양석유 총공사(CNOOC) 상임 고문을 맡았다. 두 사람 선임이 마무리되면 한화오션 이사는 2명으로 늘어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역시 미국 내에서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1월에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및 만찬 무도회에 참석했다. 그는 미국 새 정부의 주요 국방안보 책임자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미국 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 의회도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국에 맡기는 법안을 만들어 한화오션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공화당은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 태세 보장법'을 공동 발의했다. 협력 국가 조건이 ▲미국과 상호 방위조약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 ▲미국 조선소보다 낮은 건조 비용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금지 등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을 염두에 둔 법안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취지로 조선업 전담 사무국 신설 및 특별 세금 감면을 제시한 것도 고무적이다. '현지 투자'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미국 내 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