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트럼프 핵협상 서한에 답장을 보내며 간접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 하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의 모습. /사진=로이터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 협상 재개 제안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 IRNA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오만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서한에 대한 공식 답변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현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답변에 상세히 담겨있다"며 "이란의 정책은 '최대 압박' 정책과 군사적 위협하에 직접 협상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거처럼 간접 협상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등을 통해 이란에 2개월 내 새로운 핵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를 위한 협상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이란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핵시설을 상대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을 거론하며 "그들이 핵무기를 갖게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지난 20일 이란 원유 수출과 관련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5년 미국·영국·중국·프랑스·독일·러시아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를 체결했다. 합의 내용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도를 3.67% 이하로 제한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8년 동안 중단하는 조건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시절인 2018년 이 협정을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사실상 핵 합의가 무산됐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높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서 첫 임기 때 적용했던 최대 압박 정책을 다시 시작해 이란을 세계 경제에서 고립시키고 석유 수출을 '제로(0)'로 낮추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와 새 핵 합의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사이 이란은 미국의 압박에 의한 직접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핵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2018년 이후 이란은 핵 프로그램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핵무기 생산에도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란 최고지도자 싱크탱크 겸 자문기구인 전략적 외교관계 위원회(SCFR)의 세예드 카말 하라지 위원장은 "이란은 모든 문을 닫은 건 아니지만 간접 협상을 할 준비는 됐다"고 전했다. 아그라치 장관도 지난 24일 적신월사 모임에서 "최대 제재와 위협 압박 아래에선 미국과 직접 협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간접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