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사진=트래블월렛
지난달 26일 강남 트래블월렛 사옥에서 만난 김형우 대표가 웃어 보였다. "자신있다"는 그의 목소리엔 '트래블카드(여행특화카드)' 원조격 다운 자신감과 설렘이 녹아 있었다.
지난해 국내 카드사의 해외결제 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특수를 누린 가운데 트래블월렛은 시장의 선두두자로, 때론 타사의 견제를 받는 경쟁업체로 비쳤다.
하지만 김 대표의 시선은 트랙 옆자리를 달리는 경쟁업체들이 아닌 레이스 끝 고객들을 향한다.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기술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해 '수요자 중심'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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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박차고 나온 '효율맨'… 카드 한 장으로 지구 한 바퀴━
2017년 문을 연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트래블월렛은 '카드 한 장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목표로 한다. 여러 통화를 카드 한 장에 충전해 결제하는 '트래블페이'가 대표 서비스다.해외 가맹점은 물론 전세계 교통카드 기능도 지원한다. 현금이 필요하면 전세계 VISA 가맹 ATM에서 인출할 수도 있다. 달러·유로·엔화는 환전 수수료가 무료고, 해외 카드결제 수수료 역시 0원이다. 여행 후 남은 외화는 계좌로 즉시 환불할 수 있다.
현재 46개 통화와 1억개 이상의 글로벌 가맹점에서 결제를 지원하며 올해 1월말 기준 누적 거래액은 4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누적 발급 카드는 720만장에 달한다. 커뮤니티 공간 '소셜페이', 나눠 결제하는 'N빵결제' 서비스도 호응이 좋다.
트래블월렛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김형우 대표의 저력 덕이다. 과거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외환딜러로 일하던 그는 기존 금융업과 업무 체계에 늘 의문을 품고 있었다.
조금 더 효율적일 수는 없는지, 불필요한 절차와 보고는 간소화할 수 없는지 '일을 위한 일'에 답답했다. 벗어나야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김 대표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트래블월렛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공급자 중심의 금융 서비스에 늘 아쉬움이 컸다"며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만, 약간의 변주로 경쟁사들과 차이를 두는 모습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고객들"이라며 "서비스 주도권과 혜택을 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그답게 복잡한 국제 결제 과정도 단순화했다. 과거 해외 상점에서 결제하면 현지 금융사와 글로벌 결제 브랜드사를 거쳐 국내 금융사, 카드사, 소비자로 정산 구조가 이어졌지만 자체 외환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해 결제와 정산 중간 다리를 대폭 축소했다. 이젠 결제 후 트래블월렛만 거치면 된다. 복잡한 중간 절차가 사라지니 '수수료 공짜' 등 파격 혜택이 가능해졌다.
클라우드 기술도 '신의 한수'다. 트래블월렛은 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에 100% 국제 지불 결제 솔루션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타 금융사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IT 기술은 해외에서 러브콜이 잇따르며 B2B(기업간 거래) 비즈니스 핵심 축으로 성장했다.
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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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한 외화로 해외주식도… '제2의 도약'━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해외 여행 증가가 예상되면서 트래블월렛의 활약이 기대되지만 김 대표는 익숙한 성장 보다 낯선 도전에 맘을 두고 있다.올해는 김 대표에게 단연 도전의 해다. 트래블월렛을 여행 때만 사용하는 단순 외화 결제 플랫폼이 아닌 여행 후 일상 생활 중에서도 들여다보는 플랫폼으로 몸집을 키우는 게 목표다. 크게는 '글로벌 금융 IT 솔루션사'를 이정표로 삼았다.
일환으로 상반기 중 고객이 충전한 외화를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김 대표는 "고객들이 여행 전 설레는 맘으로 외화를 충전했으나 다 쓰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 혹은 현실 복귀 후 까먹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 늘 아쉬웠다"며 "고객 혜택을 고민하던 차 증권사 계좌와 연계해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객들이 남긴 결제 리뷰를 지도 위에 구현한 '위치 기반 리뷰 서비스'도 출시한다. 고객의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인근 음식점, 카페에 남긴 다른 고객들의 리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협찬·광고 등 가짜 리뷰가 아닌 진짜 방문기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고객간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향후 리워드, 이벤트로 혜택까지 돌려준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트래블월렛은 하거나, 망하거나 두 갈래길에서 시작됐다"며 "불확실 속 시장의 가능성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어 "세상에 있는 유수의 기업들은 기업의 경영 철학이나 서비스를 지지하는 팬덤이 존재한다"며 "트래블월렛 역시 먼 미래에는 믿고 사용하는 '팬덤' 고객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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