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인근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과 경찰이 대치하는 모습./ 사진=차봉주 기자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나면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일도 끝나겠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숙의가 길어지면서 두 달 넘게 집회 소음과 통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적 긴장감이 이어지는 사이 상인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주민과 관광객은 일상의 소음과 불편 속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치 문제가 아닌 생계위기"
"탄핵 각하!" "헌재 편향된 재판 중지하라."

지난 1일 수십명의 시위대가 깃발을 흔들며 헌법재판소 앞을 지키고 있다.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오후 시간이지만 서울 종로구 인근 북촌길에서는 구호와 확성기 소리만 가득하다. 헌재 앞 도로는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고 좁은 인도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시위대와 경찰, 시민들이 뒤엉켜 통행조차 쉽지 않다.
총 입국자 중 일부 체류 자격의 외국인 입국자를 제외하고 재외국민 입국자(교포)를 포함해 작성한 방한 외래관광객 통계. /그래픽=한국관광데이터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관광객 수 114만4106명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기준 관광객 수 83만3733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북촌, 인사동, 삼청동 등에는 집회로 인한 통제와 삼엄한 분위기 탓에 방문객이 크게 감소했다.
헌재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60대) "원래 우리 가게 손님의 8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는데 집회 이후 손님 발길이 크게 줄었다"며 "시위 참가자, 유튜버, 경찰관들이 와주긴 하지만 매출이 약 20% 정도 줄어든 상황이라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관광객 B씨는(40대) "한국에서 탄핵 집회가 열리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통제되고 있는 줄 몰랐다"며 "고성을 지르고 화난 사람들이 해코지할까 봐 관광하기 무섭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정치의 소음, 일상의 침묵…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탄핵 집회로 인근 상권이 입은 피해는 사회 전반에 끼치는 정치적 대립의 악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3% 감소했다. 당시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인근 상점들은 매출 하락을 직접 경험했다.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진보당 지지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차봉주 기자
헌재 앞에서 기념품숍을 운영하는 C씨는(40대) "정치적 갈등이 반복될 때마다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장사하는 우리들"이라며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여파로 생계가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현재 경찰은 헌재 인근 100m 반경을 '진공상태'로 만드는 데 본격 착수하면서 통행이 일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상인들은 오는 4일 탄핵 선고일을 앞두고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결과에 불복하는 이들의 돌발 행동을 우려한 자구책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상인의 몫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인사동길을 횡단하는 모습./ 사진=차봉주 기자
전문가들은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고 장기화할수록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곧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셈이다.
탄핵 결과가 나온다고 끝은 아니다. 정치적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지역 상권의 정상화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헌재 앞과 같은 정치적 갈등의 중심이 되는 지역일수록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