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현지 물가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미국 월마트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이 자국의 생활물가 상승을 불러와 미국인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내 패션·식품 업계 관계자들은 상호관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저 10%의 기본관세에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와 비관세장벽까지 감안해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국은 25%의 관세율이 적용되며 그 외 ▲중국 34% ▲유럽연합(EU) 20% ▲일본 24% ▲베트남 46% ▲대만 32% ▲태국 36% ▲인도 26% 등이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사실상 25% 인상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위해 수출 원가를 낮춰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는 일단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미국 내 생산기지가 없는 대표적인 수출기업으로는 삼양식품, 오리온, 오뚜기, 하이트진로, 휠라 등이 있다.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현재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상호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저하를 피할 수 없다. 수출국 다변화를 통한 추가 채널 확보가 필요하다.

휠라는 OEM(주문자 생산)을 통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여러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휠라 측은 "정치적·경제적 리스크를 고려해 공급망 집중도를 분산하는 등 효율적인 소싱 운영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온, 오뚜기, 하이트진로 등은 아직 미국 미출 비중이 크지 않다. 각 기업의 총매출 대비 미국 매출 비율은 1.1%, 3.0%, 2.4% 정도로 추정된다. 당분간은 상호관세 영향이 크지 않지만 이들 기업 대부분이 북미 공략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어 좀 더 세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식품·의류 가격 민생과 직결… 피해는 현지 소비자가
앞서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십년간 안정세였던 미국 물가가 오르고 있으며 트럼프 관세가 추가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 보도했다. 국내 식품·패션기업 관계자들의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아무리 경쟁력을 갖춰도 상호관세 25%를 감내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기업들이 뒤늦게 생산기지를 찾아 나선다 해도 공장 가동에는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천신만고 끝에 공장을 가동한다 해도 그 시점에 상호관세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패션과 식품 등 민생과 직결된 제품 가격이 인상될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현지 소비자들이다. 트럼프 정부가 높은 관세를 얼마나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C씨는 "트럼프 상호관세가 발동돼도 식품이나 의류 쪽 영향은 자동차·철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며 "생활과 밀접한 상품들은 현지에서 소비 위축을 우려해 당분간 세일 등의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