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 /사진=삼성전자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상호관세 정책으로 각국이 비상에 빠졌다.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고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현지에 핵심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26%)은 물론 베트남(46%), 인도(26%) 등 동남아 국가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미국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며 "오늘은 미국 제조업이 다시 태어나는 날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무역 장벽을 낮췄지만 다른 나라들은 우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비관세 장벽을 세웠다"며 "끊임없는 경제 전쟁에 직면한 미국은 더 이상 일방적인 항복을 할 수 없고 적자를 감당할 여유도 없다"고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에도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TV·네트워크 장비·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한다. 특히 스마트폰 최대 생산기지를 베트남에 뒀다. 현재 베트남 북부 박닌 공장(SEV)과 타이응우옌 공장(SEVT)에서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약 50%를 생산 중이다. 갤럭시S시리즈 등 주요 프리미엄 제품과 보급형 제품 등을 생산하는데 이중 상당량을 북미로 수출하는 만큼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관세로 인해 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 소비자들의 수요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물론 경쟁사인 애플도 중국에서 90% 이상의 물량을 생산 중이라 상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총 관세율은 54%다.

인도에도 현지 공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다.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활 가전제품·스마트폰·노트북 등을 생산한다. 연구개발 센터(R&D)와 삼성반도체인도연구소(SSIR), 디자인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LG그룹
LG전자의 경우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노이다·푸네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을 제조 중이며,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세 번째 가전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착공이 예상된다. 이곳에선 주로 프리미엄 가전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인도 증권시장에서 대규모 IPO도 진행한다. 이번 IPO를 통해 LG전자는 최대 15억달러(2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현지 가전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베트남 역시 LG전자의 최대 생산 기지 중 하나다. 하이퐁 현지 공장에서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 등 북미로 수출하는 다양한 생활가전을 상당 비중 생산한다.

베트남과 인도에서 두 기업의 적극 행보가 이어지는 만큼 미국의 고관세 부과는 뼈 아플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을 중심으로 북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안책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을 증대하거나 대체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된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관세 부과가 유예된 멕시코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 물량을 늘리는 전략도 부상 중이다.

다만 지금은 물리적 조치를 강구할 시기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류주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 관세 정책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현재로선 다른 조치를 취하기보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한 진짜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며 "동남아 국가부터 현지에 공장을 둔 우리나라까지 국제 사회가 함께 나서 협상을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