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 매장의 5년 내 폐업률이 6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시에서 주최한 폐업지원 사업 포스터. /사진=차봉주 기자
국내 창업 시장은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창업 박람회 등으로 '기회의 땅'처럼 보인다. 하지만 창업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다르다. 과도한 초기 자본과 높은 고정비, 상권 내 임대료 부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복잡한 행정·세무 절차는 청년 창업자들이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의 원인 표./출처=중소기업중앙회
━
제도에 막힌 청년 도전━
국내에서 청년들이 창업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자금 부족이나 경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창업 지속을 제약하는 적지 않은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점들이 있다. 여기에 경제둔화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복합적인 외부 요인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시장 자체가 점점 축소되는 문제도 있다.
포지티브 규제체계와 네거티브 규제체계의 그래픽./ 출처=법제처
2006~2023년 폐업사업자 및 폐업률 추이를 나타낸 표./ 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창업 아이템으로 요식업을 택한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심각하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경수씨(23)는 "젊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했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너무 많다"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앱의 수수료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운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왼쪽은 지난해 배민 기타 분류(수수료 3.3%)로 들어온 주문 내역, 오른쪽은 올해 주문 오픈리스트 분류로 들어온 주문 내역을 나타냄. 수수료를 부과하는 ‘오픈리스트’의 주문 건수 변화./ 사진제공=이경수씨
오는 16일부터 배민은 5년간 무료로 진행해오던 새 포장 주문 서비스를 유료(수수료 6.8%)로 전환한다. 업주들은 6.8%에 결제 수수료까지 더한다면 10%가 넘는 수수료가 적용된다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회사들이 밀집한 지역이라 홀 장사로 버티고 있지만 배달 중심 매장들은 수익성 악화로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 두 곳 모두 중개수수료 9.8%를 부과하고 있으며 결제 수수료와 배달비까지 자영업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구조다. 특히 배민은 공공 배달앱인 먹깨비나 전화주문까지 검열하고 가게 고유 전화번호 대신 배민이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사용하도록 해 업주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 배달대행사가 배민원 이용 해지하지 않을 시 배달료 인상을 경고하면서 업주들은 더욱 갈등에 빠졌다. 이씨는 "중간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배민원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
'프랜차이즈 창업'의 착시… 간판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자본금이 적은 젊은 소상공인들은 외식 사업 중에서도 자체적으로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창업한다. 국내 프렌차이즈 브랜드는 1만2000개를 넘어섰고 가맹점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가맹점 수가 증가하는 만큼 폐업률도 증가하고 가맹점당 평균 매출액은 감소하는 추세다.전년도 대비 매출액 증감 여부 및 증감률(2023~2024)./ 출처=KOSIS
전문가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아닌 창업자의 주도권과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는 창업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단순한 진입 용이성이 아닌 운영할 수 있는 체계가 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