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배터리업계 불황에도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이 실적 선방에 주효했던 만큼 자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조2650억원, 영업이익은 374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2%, 영업이익은 138.2% 증가했다. 에프엔가이드 등 시장 컨센서스였던 영업이익 810억원을 상회했다.

실적 반등의 핵심 요인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제액공제(AMPC)다. AMPC 금액은 전분기보다 21% 늘어난 4577억원으로, 이 금액을 제외하면 83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고객사향 물량 출하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현지 공장 생산량이 늘었던 게 AMPC 수혜 규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세액공제 금액은 실제 배터리 생산량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제너럴 모터스(GM)의 전기차 판매 호조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량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GM의 1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3만1887대다.

또 ▲환율 상승 효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완성차업체(OEM)에 대한 일부 샘플 제공에 따른 출하량 발생 ▲전분기 일부 불용 재고 처리 등의 요인 역시 실적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실적 개선 요인이 정책 의존적이고 일회성에 가까워 사실상 업황난을 피하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북미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던 전기차는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세도 여전하다. 중국 배터리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나날이 확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에 판매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중 CATL, BYD 등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정책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배터리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중 60.3%가 미국발 관세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다고 답했는데, 이중 배터리가 8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회의론 역시 악재 중 하나다. 취임 전부터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만큼 AMPC를 포함한 IRA 세액공제가 철회되거나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美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실적 선방을 이어가기 위해선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중장기적 전략 및 투자가 요구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의 일환으로 미국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7개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GM과의 세 번째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3기 인수를 공식화했으며,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의 ESS 제품 생산도 발표했다. 미국 최초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인 애리조나 공장 건설도 순항 중이다. 내년 중순 시제품 생산을 시작하고, 연말부터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내 현지 생산 역량도 꾸준히 키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시설을 다년간 운영하며 유럽 내 주요 기업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 높은 신뢰도를 유지해왔다. 지난달에는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가 추진하는 대규모 ESS 프로젝트의 사업 파트너로 선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하는 ESS용 LFP 배터리를 내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향후에도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투자 리밸런싱 등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 리더십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