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에 의존하는 디지털 보험사들의 한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드러났습니다. 이젠 상품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차별화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달 초 기자와 만난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국내 한 디지털 보험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투자를 머뭇거리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디지털 보험사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교보라이프플래닛과 하나·캐롯·카카오페이·신한이지손보 등 5곳이 지난해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하며 디지털 보험의 수익 창출에 대한 의문이 커졌던 상황에서 결국 한화손보가 캐롯 흡수합병을 결정한 것이다. 한화손보는 2019년 출범 후 6년째 적자를 이어온 캐롯이 중장기적으로도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카카오페이손보도 2023년 2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지 2년 만인 올해 상반기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디지털 보험사들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사실 디지털 보험사 만성 적자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게 아니다.

2013년 8월 국내 1호로 출범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이 2019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디지털 보험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등장한 캐롯·하나손보(2020년), 카카오페이손보(2022년), 신한이지손보(2023년)도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가입기간이 1년 미만으로 짧은 소액단기보험에 의존하다보니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전체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비대면 채널에서 모집해야 하는 디지털 보험사 특성상 상품 구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면 채널 가입을 선호하는 장기보장성보험(가입기간 3년 이상인 질병·상해·운전자·어린이보험) 판매를 늘리고 싶어도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장성보험 전체 초회보험료(계약 후 처음으로 납입하는 보험료) 가운데 대면 채널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 비중은 98.7%로 절대적으로 높았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타개 하기 위해선 장기보장성보험 중 가입자 관심도가 높은 주요 특약을 상품화 하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이를테면 수술비 특약은 40대 남성 기준 연간 보험료가 평균 24만원에 평균보장금액은 180만원으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상품으로 불린다.

수술비 특약은 과거엔 특정 수술만 보장했다면 이젠 진단비·입원비·수술비 등 개인의 보장 니즈에 따라 다양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수술비 특약의 고객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손해율이 60% 미만으로 낮아 상대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게 많다.

반면 현재 디지털 손보사들이 의존하는 여행자·골프 등 미니보험은 연간 보험료가 1만원으로 매우 저렴한데다가 보험료 인상을 통한 손해율 관리가 쉽지 않아 수익 확보가 어렵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디지털 보험사 특성을 감안한 규제를 내놓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보험사들에게 수입보험료에서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을 완화하고 TM(텔레마케팅) 영업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말 못할 사정도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디지털 보험사들에만 규제를 완화시켜주는 것에 부담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입이 쉽고 저렴한 디지털 보험사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소비자 편익 제고와 금융산업 발전 등을 위해 적자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업계 자구책과 금융당국 차원의 지원을 통해 디지털 보험사 적자구조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
머니S 경제금융부 전민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