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북미시장 고략 39년 만에 누적 3000만대 판매 기록 달성이 임박했다. 사진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소재 HMGMA 준공식에 참석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글로벌 톱3 완성차업체로 도약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북미시장 진출 39년 만에 누적 3000만대 판매 돌파가 임박했다.

2020년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글로벌 고객 입맛에 맞춘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 3총사가 고른 활약을 보이며 기록 달성에 힘을 보탰다.
불혹 앞둔 미국 진출, 폭발적인 성장세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1986년 세단 엑셀을 첫 수출한 이후 올 1분기(1~3월)까지 북미시장 누적 판매량은 2972만3907대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1733만7127대 ▲기아 1238만6780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북미에서 현대차 91만1805대, 기아 79만6488대를 팔아 두 브랜드 모두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고 GM(제너럴모터스), 토요타, 포드에 이어 2년 연속 현지시장 4위를 차지했다.

북미시장 누적 판매량 3000만대까지는 27만6093대가 남았다. 현지에서 1분기 합산 41만9912대를 팔아 단순 계산상 월 평균 13만9970대의 판매 기록 달성이 가능해 빠르면 오는 6월 누적 3000만대 판매 기록 달성이 유력시 된다.

현대차·기아는 1990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뒤 2004년 500만대를 넘어섰고 7년 뒤인 2011년에는 100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매년 100만대 판매를 넘어서 판매 속도가 빠르게 증가했고 2018년 2000만대 기록을 달성한 뒤 올해 3000만대 돌파까지 몇 걸음 남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2020년 10월 이후에는 판매량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2020년 122만4758대였던 현대차그룹 북미 판매량은 지난해 170만8293대를 기록해 4년 만에 39.5% 뛰었다.

라인업 다양화도 판매량 증가에 한 몫 했다. 북미시장 공략 초기에는 세단인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가 판매량을 주도했다. 아반떼는 1991년 미국 판매를 시작했으며 1분기까지 누적 400만대가량 팔렸고 쏘나타는 350만대에 육박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후 싼타페와 투싼, 쏘렌토·스포티지 등 SUV로 다양한 현지 소비자 입맛 공략에 나섰고 지난해 북미 전체 판매량(170만8293대)의 74.6%인 127만4066대는 SUV가 차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도약도 주목된다. 제네시스는 북미 진출 첫 해인 2016년 6948대를 판매했으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는 SUV GV70·GV80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7만5003대를 팔아 처음으로 미국서 연간 판매 7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껑충 뛴 전기차 판매량… 라인업 다양화
친환경차인 전기차도 현지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판매량이 뛰고 있다. 친환경차의 경우 2014년 기아 쏘울 EV로 북미 전기차 시장에 첫 진출한 뒤 2017년 현대차 아이오닉 EV를 선보였다.

진출 초기 평균 1000여대 수준이던 현대차·기아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만9590대를 기록하며 20배가량 성장했다.

이후 2022년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오닉5, EV6 등의 신차 출시 및 G80 전동화 모델, GV60 등의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 출시를 기점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22년 전기차 연간 판매는 전년보다 337.5% 폭증한 5만8028대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9만4340대, 지난해에는 12만3861대로 최다 판매를 기록을 갈아치웠다.

3월 말에는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여의도 4배 크기의 미래형 스마트 팩토리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를 준공해 북미를 기점으로 글로벌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HMGMA는 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전동화 모델 전용 공장이다. 지난해 말 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5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아이오닉9 양산도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는 기아와 제네시스로도 생산 차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시장 공략에 최적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현지에 R&D 체계도 구축했다. 사진은 네바다주 모하비사막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모하비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 주행시험 코스. /사진=김창성 기자
HMGMA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도 혼류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 앞으로 다양한 친환경차 생산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HMGMA 준공으로 ▲앨라배마(현대차) ▲조지아(기아) 기존 공장과 함께 북미에서 연간 100만대 생산체제를 완성했다. 앞으로 20만대를 추가 증설해 최대 50만대까지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어 현대차그룹의 북미 연간 생산규모는 120만대 이상으로 확대된다.

정 회장은 HMGMA를 중심으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현대트랜시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와 배터리 합작사, 17개 국내 협력사가 참여하는 미래차 클러스터까지 완성하는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도 내놨다.

이에 따라 북미에서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선제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북미시장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제공을 위해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설계·시험에 이르는 다양한 R&D(연구개발) 현지화 체계를 구축했다.

1986년 미시간주에 HATCI(미국기술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캘리포니아주에는 파워트레인 전문 연구시설인 '치노 랩'과 '모하비주행시험장', '디자인&엔지니어링 센터', '북미품질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차세대 기술 연구시설이자 혁신 거점인 '크래들'(CRADLE)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북미에서 라인업 확대 및 높은 상품성을 유지하고 HMGMA에서 전기차 외에도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해 급변하는 북미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