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규제산업인 금융권은 규제에 민감하다.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규모가 큰 금융지주들은 주요 경영현안 하나하나가 급격한 규제 변화에 울고 웃는다. 2020년 이후 핵심 경영전략으로 자리 잡은 ESG 경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눈부신 실적을 거둔 대형 금융지주의 ESG 경영에 속도조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반ESG 확산 속 국내에서도 정치화 된 ESG(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등 규제가 속도조절 움직임을 보이며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신한은행은 올초 ESG 용어를 변경했을 뿐인데 규제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워낙 관치와 규제에 익숙해서 일까? 국내에선 해외 선진국과 달리 ESG를 새로운 규제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글로벌 IT기업이자 투자사(비전펀드·라틴아메리카펀드)인 소프트뱅크는 물론 오스테드, 유니레버,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까지… 누구나 아는 초일류 기업들은 ESG의 기업가치 제고와 사회적 책임을 궁극적 목표로, 변하지 않는 가치로 새로운 기회로 본다.
#"어떤 정책이 어떤 강도로 언제 나올지…" 요즘 대형 은행 관계자들이 오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현 정부처럼 금융사에 과도한 이자수익을 비판하면서 상생금융을 압박한 기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ESG 활동에 상생 압박은 또 다른 부담이라는 분위기.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둬들여 금융권의 이자수익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전례를 볼 때 내년 새 정부 2년차에 접어들면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웃지못할 판세 전망까지 나온다. 2023년부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 2년차에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한 이후 상생 압박이 거세졌다. 금융사들은 과거 여느 정부들처럼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식 일회성 지원책을 내놨고 현 정부에서도 4대 금융지주는 2023년말 연간 2조원 규모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에선 녹색금융(이명박), 통일금융(박근혜), 사회적·포용적 금융(문재인) 등 상생금융 압박이 어김없이 반복됐다. 압박의 방향보다 강도만 차이가 있을 뿐. 사회적 책임 목소리가 더욱 커질수록 '아킬레스건' 회장의 권한과 임기(연임), 내부통제 등 지배구조 관련 규제 강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공공성을 띠는 금융사들은 ESG의 모범생이 돼야 한다. '핵심 어젠다' ESG가 사회적, 기업 가치 제고라는 두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오랜 기간 일상적인 내재화 작업이 필요하다.
ESG 권위자 알렉스 에드먼스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는 저서 ESG 파이코노믹스에서 ESG 등 사회적 가치를 파이로 규정한다. 조직원이 모두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장기 관점에서 파이를 키울 때 주주는 물론 근로자, 고객, 지역사회, 공급자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재화는 기업의 노력만으론 어렵다. 민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세계적으로 외풍에 휩쓸리지 않는 예측가능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편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ESG 사회공헌과 지배구조 개편 등과 관련한 지원책도 내놔야 한다.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파격적인 당근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머니S도 2021년부터 금융 ESG 확산에 매년 4~5월 시상식을 열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시상식은 금융사를 독려하고 응원한다. 숨은 키다리 아저씨를 찾아 다양한 활동도 소개한다. 윽박만 지르는 규제 강화와 상생금융, 채찍만으론 일회성 반짝효과에 그칠 수 있다. 적재적소의 규제 완화와 지원책, 응원이라는 당근이 병행될 때 우리 후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속가능 금융의 길도 활짝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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