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달러(약 8조2200억원)를 투입해 건설하는 전기로 제철소에 투자자로 참가한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고로(高爐)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완공 후에는 연간 270만톤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 등을 생산한다.
이번 협력으로 포스코그룹은 장 회장이 중점 추진해 온 '현지 완결형 투자'를 이룰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쇳물부터 제품 생산까지 포괄하겠다는 전략으로 현지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포스코는 미국과 멕시코에 철강 기공센터, 자동차용 강판 공장을 각각 구축했지만 제철소가 없어 소재는 한국에서 조달해야 했다.
현대차그룹과 이차전지소재 사업도 협력키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해외 염호·광산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리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수산화리튬 및 양·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의 협력은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로를 보유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가격·납기·품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포스코는 현대차와 자동차 강판 가격을 놓고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해왔으나 글로벌 철강 불황과 자국 우선주의가 지속되자 손을 맞잡기로 했다.
양사는 미국 제철소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을 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관세 쿼터제를 적용받던 한국 철강기업들은 관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포스코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협력을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포스코그룹은 전통적으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조로 대규모 해외 합작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경쟁사였던 현대차와 미국이라는 외부 시장에서 손잡을 수 있었던 것은 철강통인 장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는 평가다.
장 회장은 취임 직후 7대 미래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가장 먼저 '철강경쟁력 재건'을 강조했다.불확실한 경영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원가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저탄소, 수소환원제철기술 등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를 약속했다. 또한 고객과 상생을 통해 고객 성장이 회사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일관 제철소 건립을 발표하며 구성원들을 놀라게 했다. 기존에 포스코가 보유한 가공공장과 연산 5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JSW그룹과 이차전지소재, 재생에너지 등에서도 협력키로 하며 글로벌 우군 확보에 나섰다.
장 회장은 그룹의 또다른 축인 이차전지소재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이차전지소재 업계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면서도 리튬 염호, 광산과 같은 우량자원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시장 개화에 준비하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3월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그룹기술전략회의에서 "포스코그룹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의 절대적 우위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초격차 기술로 사업별 난제를 극복하고 사업 수익 증대로 연결해 대내외 위기를 돌파하고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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