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석유화학 제품 공습으로 롯데케미칼이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롯데케미칼이 값싼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의 물량 공세로 올해 1분기도 적자가 예상된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더불어 주요 제품의 판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 탓이다. 손실 폭은 줄었지만 3년 동안 누적된 적자로 재무 건전성은 악화했다. 롯데케미칼은 경영 정상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조2055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861억원) 대비 2.4% 증가할 전망이다. 매출 증가에도 13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6개 분기 적자가 유력하다. 다만 적자 폭은 직전 2개 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올레핀과 아로마틱 부문은 각각 약 570억원,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회사 LC타이탄도 500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약 400억 원 규모의 적자가 점쳐진다. 다만 롯데첨단소재는 700억원 안팎의 이익을 올리며 전체 실적 하락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4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3년 연속 적자다.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2023년 3477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으나 지난해 8941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롯데케미칼은 화학 산업의 지속된 공급 과잉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중국이 수년간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석유화학 설비를 잇달아 증설한 여파가 크다. 폴리에틸렌 기준 중국의 자급률은 2020년 68%에서 2024년 83%로 15%포인트 증가했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제품 단가는 하락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2022년 4월 500달러 선까지 오른 뒤 3년째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납사) 가격을 뺀 값으로 산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97달러다.

지난달 4일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가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업황 침체로 악화한 재무 건전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5조6740억원이었던 부채는 지난해 14조5600억원으로 5년 만에 약 3배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41%에서 73%로 약 28%포인트 늘었다. 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확보와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정상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미국 자회사(LCLA, LOTTE Chemical Louisiana)가 제삼자 유상증자를 활용해 6626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LOTTE UBE Synthetic Rubber Sdn. Bhd.)을 청산했다. 올해 초엔 파키스탄 자회사 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을 1275억원에, 일본 화학사 레조낙 지분 4.9%는 2750억원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투자 속도도 조절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CAPEX(설비 투자) 금액을 당초 계획 대비 1조원 줄인 1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5조원이 투입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사업인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PT Lotte Chemical Indonesia·LCI)가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어 투자 부담은 완화될 전망이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는 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인 라인 프로젝트는 연간 에틸렌 100만톤, 프로필렌(PL) 52만톤, 폴리프로필렌(PP) 25만톤 생산이 가능한 현장으로 현재 준공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롯데케미칼은 전 세계 곳곳에 진출해 사업을 진행하며 매우 훌륭한 역량과 전통을 쌓아왔다"며 "보유한 해외사업장 운영 노하우와 비즈니스 역량들을 활용해 시너지를 적극 창출해 나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