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기업에 100억원대 단독 투자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종근당 사옥 전경. /사진=종근당
전통 제약사 종근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억원대 외부 기업 단독 투자를 단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투자 대상은 항체 신약 개발 기업으로, 단순 지분 확보를 넘어 공동 연구·개발까지 추진하는 전략적 협업이다. 보수적인 외부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종근당의 이번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전날 항체 신약개발 기업 앱클론과 전략적 지분 투자 및 공동 연구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앱클론에 122억원을 투자해 지분 7.33%를 취득하게 됐다. 이번 투자로 종근당은 창업자인 이종서 앱클론 대표 및 특수관계인(13.06%)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협약으로 종근당은 앱클론이 개발하고 있는 혈액암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AT101(네스페셀)의 국내 판매 우선권을 갖게 된다. AT101은 앱클론이 올해 신속허가 신청을 목표로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약물로, 개발이 완료되면 종근당은 국내 상업화를 통해 CAR-T 치료제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다. 양사는 공동개발위원회를 구성해 개발 우선순위 선정부터 임상, 허가, 상업화 전략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이 외부 기업에 100억원 이상 지분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바이오오케스트라(20억원·0.6%), 이엔셀(20억원·0.9%) 등에 대한 소규모 투자는 기술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이번에는 신약 공동개발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종근당 관계자는 "과거 바이오오케스트라, 이엔셀 투자는 개별 기술에 대한 소규모 지분 투자에 그쳤지만 앱클론 투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 과제 수행까지 포함된 협력이라는 점에서 범위와 무게감이 다르다"며 "투자 금액은 물론이고 앞으로 함께 과제를 추진해 나가는 방식에서도 협력 범위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구조 한계 직면한 종근당… 자체 신약 확보에 '승부수'
종근당 신약 파이프라인 현황. /인포그래픽=강지호 기자
이번 결정은 보수적 외부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종근당이 경영 전략 전환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합성신약은 물론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의 분야에서 종근당만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기대감 있는 바이오벤처가 있을 경우 타 제약사들처럼 투자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종근당 설명이다.


종근당의 경영 쇄신 움직임은 실적과 맞물려 있다. 종근당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1099억원 ▲2023년 2466억원 ▲2024년 995억원 등으로, 2023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했다. 2023년 노바티스와의 기술수출 계약금 수취, 케이캡 계약 종료에 따른 일시적 매출 증가의 역기저 효과가 지난해 실적 하락 배경으로 작용했다. 종근당은 케이캡의 공백을 메우고자 셀트리온제약의 고덱스와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를 신규 품목으로 도입했다.

종근당은 마진율이 높은 제품보단 도입 상품 판매량이 많다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도입 상품은 외형 확장에는 기여하지만 마진율이 낮아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자체 개발 제품은 마진율이 높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수 있다.

종근당이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자체 혁신 신약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종근당은 2023년 CDK-510을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에 기술이전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계약 규모는 총 1조7302억원에 달한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KD-702, 고형암 치료제 CKD-703 등 다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앱클론 투자와의 시너지가 본격화된다면 종근당의 '제2 성장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기존 합성신약 파이프라인도 주력하면서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CGT, ADC 등 신규 모달리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앱클론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