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구=뉴스1) 한재준 박기현 박소은 기자 = 6·3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대선 주자들의 유세 동선이 영남권으로 통일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후보가 선거운동 2일차인 13일 대구·경북(TK)에서 시작해 부산·울산·경남(PK)을 연달아 방문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영남권이 어느 정당도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가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민주당 입장에서 압승을 위해 TK와 PK지역에서의 선방이 필요하다. 반대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보수 지지층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영남권 수성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제3지대의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을 대체할 중도·보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수 텃밭에서의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
변화 조짐 보이는 TK 민심…이재명 "우리가 남이가" 구애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날 하루를 통째로 대구·경북에 투자했다.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임에도 텃밭인 호남 대신 험지로 발걸음을 돌린 것.
이번 대선에서 50% 이상 득표율의 압도적 승리를 이뤄내기 위해 TK 지역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요동치는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가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TK 지역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상당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글로벌이코노믹 의뢰로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TK지역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6.6%,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42.9%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김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TK 득표율이 20% 초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진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포항을 연달아 찾아 표심을 훑었다.
이 후보는 이날 구미역 광장에서 "만약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해서 민주적 소양을 갖고 인권 탄압, 불법, 위헌적 장기집권을 안 하고, 정말 살림살이만 잘 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다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냐"며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떠냐. 필요하면 쓰는 거고, 불필요하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경북 안동 물을 먹고, 풀과 쌀을 먹고 자랐는데 왜 저는 이렇게 이 동네에서 20%의 지지도 못 받을까"라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왜 이재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를 안 해주냐"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보수의 증폭기' 놓칠라…김문수 이틀째 대구 유세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국민의힘도 선거운동 첫날부터 대구를 지키며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TK와 PK의 민심을 먼저 굳힌 뒤 이를 기반으로 전국적인 지지세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권이 보수 결집의 증폭기 역할을 해온 만큼 국민의힘은 TK 표심이 선거 성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날 대구 서문시장에서 유세를 벌인 김 후보는 이날 독립운동가 묘역이 있는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 참배 후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에 참석하며 집토끼 표심에 공을 들였다.
김 후보도 출정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공을 치켜세웠다. 그는 "박 대통령은 가난을 없애고 세계 최강의 제조업을 이룬 위대한 대통령이다. 대구·경북이 낳은 인물"이라며 "저는 젊었을 때 박 대통령을 반대했는데 철이 들어보니 제가 잘못한 것을 알았다. 박 대통령 묘소에 가서 당신의 묘소에 침을 뱉던 제가 꽃을 바친다고 참회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서는 "탈당은 본인의 뜻"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비상계엄, 탄핵의 파도를 넘어서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준석도 대구 유세…대안 세력 호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이날 대구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20대 표심 공략에 힘을 싣고 있는 이 후보는 전날(12일) 연세대에 이어 경북대를 찾았다. 대구 칠성시장에서 상인회도 만난다.
상대적 열세인 개혁신당은 TK에서 국민의힘 대안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이 후보의 TK지역 지지율은 7.3%로 집계됐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갈 곳 없어진 중도 보수 세력에 경쟁력 있는 주자로 자리매김한 뒤, 이준석 이재명 양강 구도로 선거를 치러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14일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PK 표심 공략에 나선다. 김 후보도 가장 먼저 울산과 부산을 방문해 보수 결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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