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5.5.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이밝음 기자 =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탄핵 소추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국회와 손 검사장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손 검사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답을 정해 둔 수사, 탄핵 소추로 인한 직무 정지 등으로 견디기 어려운 모욕과 수난을 겪었다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했다.

반면 국회 측은 손 검사장이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다며, 이번 탄핵 심판이 검찰 권력 통제 가능성을 천명할 시험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손준성, 헌법적 책무 저버려…검찰 권력 통제 시험대"


헌법재판소는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손 검사장의 탄핵 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이날 소추 사실 요지를 설명하면서 "검사는 고위공직자로서 일반공무원보다 더 높은 윤리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며 직무 행사에 헌법적 정당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러나 피소추자(손 검사장)는 그 헌법적 책무를 명백히 저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피소추자는 여러 차례 자신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한 의혹이 있다"며 "사실이라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반복적 권한 남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이 탄핵 심판은 단지 손준성이라는 한 명의 검사를 탄핵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 권력 통제 가능성, 법치주의 실질적 실현을 국민 앞에 천명하는 중대한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이 사건 탄핵 심판을 통해 검사도 헌법의 통제 받는 공직자임을 선언해달라"고 요청했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5.5.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손준성 "견디기 어려운 모욕과 수난…무고함 밝히려 처절히 싸워"

손 검사장도 직접 발언에 나섰다. 손 검사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김웅 전 의원에게 고발장 등 자료를 전송해 고발 사주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손 검사장은 "고발장을 작성한 사실도 없고 어느 누구에게도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거나 부탁한 사실이 없는데도, 저로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욕과 수난 과정 겪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규명이 이뤄지기도 전에 제가 고발 사주를 위해 고발장을 보낸 것으로 보도가 이어졌고, 중립성으로 어긴 검사로 낙인찍혔다"며 "견디기 어려운 모함이자 주홍 글씨였다"고 밝혔다.

손 검사장은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두 번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고,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불기소 권고했음에도 공수처는 저를 기소했다"며 "혐의 유무와 상관없이 답을 정해 둔 기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 3년 형사재판 과정에서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며 "공직자 본분을 잊고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면밀히 검토해 현명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법원 확정판결 두고도 이견

앞서 대법원이 지난달 손 검사장의 고발 사주와 관련한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진행된 변론기일에서 양측은 이 판결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국회 측에 "지금 확정된 형사 판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김웅에게 이 사건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을 유지하는 것이냐"고 묻자, 국회 측 대리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국회 측은 "형사 사건에서 1, 2심이 주되게 다퉜던 부분이 이 점이고 판단이 달랐다"면서 "(유죄를 선고한)1심 판결이 더 명확했단 취지의 내용을 정리해서 내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손 검사장 측에는 "항소심 판결에 피청구인이 고발장 작성과 그 바탕이 된 메시지 대상정보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데 피청구인은 지금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손 검사장 측 대리인은 "그렇다"고 말했다.

정계선 재판관이 "1심과 항소심에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한 부분을 부인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손 검사장 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의혹으로 탄핵소추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의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5.5.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국회 측 "기일 더 원해"…손준성 측 "종결해야"

지난달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헌재는 첫 변론기일에 변론 절차가 종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가 양측에 기일 진행에 대해 의견을 묻자, 국회 측은 "속행해서 서증 증거를 제출하고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손 검사장 측은 "가능하면 종결하고 서류는 후에 제출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헌재는 속행 및 종결 여부를 합의하기 위해 잠시 휴정했다. 약 5분 후 재개된 변론에서 헌재는 20일 오후 3시 변론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고발 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대검찰청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해달라고 여권에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은 고발장 이미지와 판결문을 텔레그램으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김웅 전 의원에게 두 차례 전달한 혐의로 2022년 5월 기소됐다.

이듬해 12월 국회가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하면서 손 검사장은 직무가 정지됐다.

앞서 형사 재판 1심은 손 검사장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지난달 무죄를 확정하면서 형사재판 기간 중단됐던 탄핵 심판 절차도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