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3시쯤 서울 지하철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한 고층 빌딩에 한 남성이 서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은 3시간 28분 만인 오후 6시 28분 남성이 소방관에 의해 구조되는 모습. ⓒ 뉴스1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강남 고층 빌딩에서 10여일 만에 투신 시도 소동이 또 일어났다. 난간에 오른 이들은 구조대와의 대치 끝에 내려왔지만, 당초 고층 빌딩에 오른 배경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제기된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한 10대 남성은 전날 오후 3시쯤 서울 지하철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15층 빌딩 옥상 난간에 올랐다 소방관의 설득 끝에 3시간 28분 만에 구조됐다.

불과 11일 전인 지난 2일에는 오후 1시 35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19층 오피스텔에서 여성 1명이 난간에 올라 투신을 시도하다 경찰특공대에 의해 약 1시간 40분 만에 구조됐다.

다행히 이들은 무사히 구조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심리적·물리적 제약으로 쉽게 접근하기 힘든 강남 고층 빌딩 옥상에 이들이 오른 배경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투신 시도 소동을 벌인 이유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사회적 유대감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신의 고충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남은 고층 빌딩이 밀집된 지역인데다 출퇴근과 관광 인파가 몰리는 곳이라는 특성이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의도를 분석하는 건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자살 의도가 있을 수 있으면서도 개인의 힘듦을 알리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심리 상태 속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중에 공권력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니 위안을 받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이런 공개적인 행위는 모방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부연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쯤 서울 지하철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한 고층 빌딩에 한 남성이 서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이 에어매트를 까는 등 구조작업에 착수하고, 경찰이 주변 통행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남해인 기자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만, 삶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하는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으면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울분이나 고충이 유대관계 속에서 해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두 차례 투신 시도 소동을 관심 거리로만 소비할 게 아니라, 사라져가는 다양성과 유대감의 가치를 돌아봐야 한다고 전문가는 제언했다.

허 교수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점점 높은 성적, 물질 만능주의 위주의 세상이 되어가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사회일수록 서로 관심을 가지며 '사회적 통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삶의 동아줄 같은 유대감과 다양성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